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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기 ‘동일제조사 동일부품 원칙’ 규제완화 시급
업계 “외국사만 배불린다”…식약처 “안전성 확보방안 제시하면 개선 의향” 

한 의원에서 영상장비로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기분좋은신경과 제공]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 의료기기가 고장나면 동일회사의 동일부품으로만 수리할 수 있도록 한 규제가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의료기기업계가 수년째 이의 개선을 건의했으나 큰 틀에서 이 규제는 그대로 유지돼 왔다.

현행 의료기기 수리 관련 규제는 의료기기법과 하위 법령 등 3가지.

첫째 의료기기법 제26조(일반행위의 금지)의 3항. 수리업자는 의료기기를 수리할 때 허가 또는 인증을 받거나 신고한 성능, 구조, 정격(定格), 외관, 치수 등을 변환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제36조(수리업자의 준수사항)도 허가 또는 인증을 받거나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변조해 의료기기를 수리하지 말라고 규정해 놓았다.

또 식약처의 의료기기 유통관리기본계획 중 ‘의료기기 수리업무 준수사항’ 기본원칙도 있다. 이는 ‘의료기기를 수리하는 경우 제조(수입), 허가(인증) 시 관리번호·규격(또는 특성)이 설정되는 등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부품은 반드시 동일사 동일부품 교체할 것’으로 돼 있다.

의료기기가 고장나면 동일사 동일부품으로만 수리해야 한다는 이 원칙은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규제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동일부품을 구하지 못할 경우 멀쩡한 장비가 폐기되거나 교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영상장비 등 국내 고가장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외국산과 수입업체에 이 규제들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 즉,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을 막아 수입대체 산업으로 발전할 기회를 박탈하는 폐단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제조사가 수리부품을 통제하고 공급하지 않는 경우 또는 수리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땐 대응방안이 없다. 제조사가 공급한 부품의 성능이 수준 미달인 경우에도 이를 수용해야 하는 처지가 생긴다. 또 제조사가 폐업한 경우 AS가 불가능해 고가의 장비를 폐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상진단장비업체 A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인해 의료기기법 본래 취지인 안전성 확보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리업의 활성화를 막음으로써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의료기기 업체들은 의료진 판단에 의해 유사부품으로 수리 가능토록 해달라고 하고 있다. 일본의 허가제도와 유사하게 미(未)허가 부품이라도 의료진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의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치과장비업체 B사는 “유니트체어와 같이 진료품질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제품도 동일부품을 구하지 못할 경우 수리를 못해 폐기된다. 이로 인해 제조사의 독점횡포를 조장하는 꼴이 된다”면서 “동시에 수리업에서 노후부품 사용이나 불법개조를 부추기는 역할도 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업체들은 국내 제조사 및 해외 제조사, 국산 유통사 및 외산 유통사 모두 AS전문회사를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제조사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고, 제조사가 망해도 AS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기기의 경우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요구된다. 따라서 검증 없이 의료진의 판단만으론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또 2015년과 2018년 두차례 의료기기법 26조가 개정됐으며, 시행규칙의 수리업자 준수사항도 개정됐다. 수리업무 준수사항도 제조·수입업자 폐업 시 식약처에 해당사항 요청하면 시험규격 알려주고 그 내용대로 수리할 수 있도록 업계 요청이 일부 반영됐다. 식약처도 업계가 유효·안전성 방안을 마련해오면 이를 법령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의료기기안전국 관계자는 “막연하게 폐업 등의 경우 의료인 책임하에 유사부품으로 수리한다고 해서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지 않느냐. 업계가 애로사항 취합해 가져오면 구체적인 내용 협의해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freiheit@heraldcorp.com

▶의료기기 수리 관련 규제조항

1)의료기기법 제26조<일반행위의 금지>

제3항 수리업자는 의료기기를 수리할 때에는 제6조제2항, 제12조 또는 제15조제2항ㆍ제6항에 따라 허가 또는 인증을 받거나 신고한 성능, 구조, 정격(定格), 외관, 치수 등을 변환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의료기기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관을 변경하는 경미한 수리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제36조(수리업자의 준수사항) 법 제16조제4항에 따라 준용되는 법 제13조에 따라 의료기기의 수리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제1호 허가 또는 인증을 받거나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변조하여 의료기기를 수리하지 말 것. 다만, 제46조의2에 따른 경미한 변경 수리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의료기기 수리업무 준수사항

<기본원칙>의료기기를 수리하는 경우 제조(수입), 허가(인증) 시 관리번호·규격(또는 특성)이 설정되는 등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부품은 반드시 동일사 동일부품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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