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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혼족 시대] ‘늘어나는 비혼족들’…“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결혼 안한다’…비혼(非婚)족 증가세
-비혼족들은 “한국사회 시선 여전히 차가워” 불만

비혼주의 관련 자료사진. [123RF]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가정을 꾸리고, 애를 낳으면 행복하다고요? 전 현재 연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출산 때문에 제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직장인 김민경(29) 씨는 스스로를 ‘비혼주의자’라고 칭한다. 결혼 적령기를 맞은 나이지만, 그는 현재 결혼 할 생각이 없다. 현재 교제 중인 연인과도 결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김씨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는 ‘미혼(未婚)’이다. 미혼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앞으로 결혼할 사람’이라는 의미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점차 다원화되고,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비혼(非婚)’을 선택하는 젊은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비혼족들을 괴롭히는 것도 있다. 바로 주변의 ‘과도한 관심’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왜 결혼을 안하려 하느냐‘로 대표되는 그들에 대한 질문이다. 질문자는 한명이지만, 비혼자 본인에겐 수없이 많은 이들로부터 받는 똑같은 질문 ‘왜?’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매번 같은 이유를 반복 설명해야하는 것 역시 고역이다.

직장인 정모(28) 씨는 “나는 ’비혼주의’라는 말을 꺼내면, 주위에서는 ‘왜?’라는 답변이 가장 먼저 나온다”면서 “내 인생이고,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내 선택이고 자유인데, 우리 사회에서 시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윤헌수(34) 씨는 “주변 어른들이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곧 하겠다’고 말하지만 결혼을 별로 할 생각이 없다”면서 “결혼을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잘 꺼내진 않지만, 결혼해서 구속받으면서 살기 싫다”고 했다. 비혼주의자 김모(29) 씨는 “어린시절 부모님이 많이 다투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터라, 어릴적부터 ‘왜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같이 살아서 불행하느니 혼자서 행복하게 살자는 게 주된 생각”이라고 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입증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혼인ㆍ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조혼인율)는 5.0건이다. 이는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조혼인율’은 한해 총 혼인 건수를 인구수(연앙인구)로 나눈 뒤 숫자 1000을 곱한 수치로, 혼인 관련 가장 기본적인 통계수치다. 조혼인율은 지난 1970년 9.2건이었고, 1980년(10.6건)을 기점으로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2015년 이후부터는 5건대로 내려앉았다. 실제 혼인 커플 수도 감소추세다. 지난해 결혼 신고 건수는 25만7622건이었다. 이는 2017년보다 2.6%(6833건) 줄어든 수치다.

비혼 인구 증가는 1인 가구 폭증으로도 이어진다. 지난 2000년 전체 가구 중 불과 15.5%에 머물렀던 1인가구 비중은 지난 2017년에는 28.6%로 늘어났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인가구 비중은 해마다 높아져서 오는 2045년이면 36.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혼자 살게 되는 셈이다.

아직은 비혼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아직 어려서’라거나 ‘때되면 다 할 것’이란 주변인들의 섣부른 전망도 비혼자들을 괴롭히는 분석 중 하나다. 비혼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미혼(未婚)’보다는 결혼을 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비혼(非婚)’이란 단어가 보다 자신들의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해준다고 밝히고 있다. 비혼에는 자연스레 ‘결혼을 원하는데 하지 못하는 경우(비자발적 비혼)’와 ‘결혼자체를 원치 않는 경우(자발적 비혼)’가 모두 담기게 된다.

최근에는 자발적인 비혼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46.6%에 달했다.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완강하게 응답한 비율도 전체의 3%에 달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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