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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개혁’ 카드 꺼낸 에르도안…관건은 ‘투명성’ 회복
지방선거서 집권당 수도 앙카라ㆍ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서 패배
정치적 타격 입은 에르도안, ‘경제난 회복’ 위한 개혁 드라이브
전문가 “미봉책은 더 큰 위기 불러일으킬 수도…정책적 투명성 높여야”

지난 31일(현지시간) 터키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AK당 지지자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그림을 들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최근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내주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터키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 개혁’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터키 정부가 투표일을 앞두고 리라화의 추가 가치 하락을 막기위해 시장에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드라이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앞서 지난 31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도권의 지방선거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기자들과 만나 지방 선거가 완료된 후 리라화 가치 하락, 높은 인플레 등 터키의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한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 주요 도시에서 집권당이 패배함에 따라 경제 개혁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분위기다. 앙카라와 이스탄불의 민심이 야권으로 향한 데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운용’에 대한 심판적 여론이 강하게 작용했기 대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르도안은 투자자들의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포퓰리즘 정책을 추구해왔다”면서 “이로 인해 심각한 경기 침체와 두 자리 수 인플레, 실업률 증가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난 극복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를 지속 가능한 회복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진정한 개혁을 단행하기보다는, 단기간에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근시안적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옥스포드 이코노미스트의 가브리엘 스턴은 “단기적으로 보면 급한 부분을 ‘떼울’ 수는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을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 덮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터키 당국은 지난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화를 안정화 시키기 위해 시장에 몰래 개입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통화를 통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터키 은행협회는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지만, 그렇다고 오늘의 터키 정부는 과거처럼 투자자들을 배제하면서 포퓰리즘적 정책을 고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300억 달러를 밑돌고 있고,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1770억 달러 규모의 외채는 대부분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나 입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달러 대비 거의 30%의 가치를 잃은 리라의 추가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선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달러화를 많이 빌린 기업들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리라의 가치가 추가로 떨어지면 은행의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 되려면 무엇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리라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외환보유액 감소와 관련, 중앙은행의 투명성과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투명성 제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컨설팅업체 TS롬바드의 애널리스트 래리 브레이나드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참혹한 일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든 숫자를 공개했다. 하지만 현재 터키에는 투자할 수 없다”면서 “베랏 알바이락 재무장관은 경제 계획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현실적인 재정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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