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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로바키아·우크라 ‘에린 브로코비치·국민의 종’ 택했다
코미디언 출신·여성 진보주의자
부패 주류정치 반감업고 열풍


슬로바키아에서 사상 첫 여성대통령으로 당선된 주사나 카푸토바(45) 후보가 30일(현지시간) 승리가 확정되자 소속당 ‘진보적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본부에서 꽃다발을 받아들고 있다(왼쪽 사진). 우크라이나의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31일(현지시간) 키에프에서 대선 출구조사 1위 발표가 나오자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젤렌스키는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유일한 후보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한 유권자)

지난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후보가 대선 1차 투표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전날 대선 결선투표가 열린 이웃나라 슬로바키아는 마찬가지로 ‘정치 신인’인 여성 환경운동가 주사나 카푸토바가 당선, 슬로바키아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주류 정치권 밖에 있는 두 정치 신인이 일으키고 있는 ‘돌풍’은 동유럽을 넘어 전 세계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 이탈리아 일부 지역 등 유럽을 중심으로 우파와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거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인물의 ‘선전’은 최근 전세계 정치권의 흐름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1차 투표에서 3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유력 후보로 부상한 젤렌스키는 정치 체제를 조롱하는 인기 코미디쇼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코미디언 출신이다. 그는 TV 시리즈 ‘서버트 오브 더 피플(국민의 종)’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정직한 학교 선생님을 연기하며 유명해졌다.

‘집권 프리미엄’을 얻고 있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애국정서’에 호소하는 동안, 젤렌스키는 소셜미디어와 코미디 공연 등 비정통적인 캠페인으로 대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유럽을 향해 러시아와의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정치 지도자로서 면모를 강조해왔다.

두 후보는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2차 결선투표를 치른다는 우크라이나 선거법에 따라 오는 21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외신은 젤렌스키의 선전은 엘리트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부패에 대한 대중적 반발의 결과로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고, 부패와 낮은 생활 수준에 대한 분노가 젤렌스키가 1차 투표에서 큰 표차로 승리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전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최근 방위산업 비리 스캔들 등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코미디언으로서 기존 정치인과 비교해 대중적 호소력이 높다는 점도 젤렌스키의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8월 슬로베니아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 마르얀 세렉을 비롯해 과테말라의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 2010년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시장을 지낸 욘 구르나르도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점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포퓰리스트 운동이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이 유행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면서 “머지않아 코미디언들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슬로바키아의 첫 여성대통령이 된 카푸토바 역시 확연히 달라진 유권자의 표심을 보여주고 있다.

45살의 그는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정치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고향 페지노크의 유독 쓰레기 폐기를 둘러싼 소송에서 승리하며 유명세를 탔으며, 이 소송으로 2016년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카푸토바는 최근에야 ‘진보하는 슬로바키아’(Progressive Slovakia)당의 부대표를 맡았다.

카푸토바의 당선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2월 정권 비리를 파헤치던 한 기자가 살해된 사건이었다. 사건 이후 슬로바키아 국민은 부패 청산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고, 이후 로베르토 피코 총리와 내무장관이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블룸버그는 “유권자들은 제도를 고치고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아웃사이더로 눈을 돌렸고, 그 결과 여성이자 진보주의자가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손미정 기자/ba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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