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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장수영 KOTRA 밀라노무역관장]다른 세상의 경쟁자들
작년 말 우리 중소기업 경영인으로 구성된 연수단 20명을 이곳 이탈리아에서 지원했다. 이들이 멀리 이탈리아까지 오게 된 이유는 치열해져가는 기업환경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일 것이다. 연수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 연수단 일행이 방문했던 장소를 따라가 본다.

#‘우리는 절대로 시장의 유행을 쫓지 않습니다. 스스로 창조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생활용품 생산업체인 알레시(Alessi)의 알베르토 알레시(Alberto Alessi) 사장이 밝힌 혁신적인 디자인 상품의 탄생 철학이다. ‘안나’ 와인오프너, 물이 끓으면 새소리를 내는 주전자 등의 히트작을 낸 이 회사는 주방용품 업계의 명품기업으로 통한다. 400명에 이르는 직원 가운데 정작 디자이너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 도처의 디자이너를 활용함으로써 창의성 고갈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차원이 다른 현장이었습니다. 기계화를 해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데 직접 손으로 모든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탈리아 명품 자동차의 고향 모데나에 위치한 수제 자동차회사, 파가니(Pagani)의 생산현장을 본 한 참가자의 반응이다. 이 회사는 1년에 고작 40여대의 자동차를 만든다. 전량 주문 후 생산 방식이고, 전 제작 과정이 손으로 이뤄진다. 차 한 대 가격이 기본적으로 15억∼30억원이고, 가장 비싼 차는 100억원이 넘는다. 마치 예술품처럼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극장과 도서관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회사, 직업학교를 무상으로 운영하고 졸업 후 경쟁회사에 취직하더라도 아무런 제지가 없는 회사, 오후 5시 반이면 퇴근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어울려 일하는 회사…’

이런 수식어가 붙는 곳은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캐시미어의 제왕으로 불리는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이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한 연수 참가자는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일들이 실제로 가능한 현장을 봤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연수단이 방문한 다섯 기업의 분야와 성장배경, 경영방식은 모두 달랐다. 숙련된 기술자와 혼신을 다하는 장인(匠人)정신, 세계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 독특한 스토리와 브랜드 등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 기업과의 큰 차이점이 있었는데 바로 ‘가격’과 관련된 인식과 태도이다. 이들 이탈리아 기업 어디에서도 가격경쟁을 언급한 곳은 없었다. 이들의 관심은 비용절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최상의 상품을 최고의 품질로 생산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었다. 우리가 힘겨워하는 가격경쟁의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상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상품은 비(非)가격적 요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명품 기업, 나아가 선진국 경제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우리도 하루빨리 가격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한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장수영 KOTRA 밀라노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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