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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화ㆍ조각 구분짓기 이제는 무의미”…토마스 샤이비츠 첫 한국전
학고재 청담, ‘더블스타’

토마스 샤이비츠, 파스빈더의 초상, ,2019, 캔버스에 유채, 비닐, 피그먼트 마커, 150 x 190cm. [사진제공=학고재청담]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영화 스크린처럼 네모난 머리아래엔 튼튼한 몸통, 여러개의 다리가 달렸다. 여러개 다리 중 하나인지, 뿔인지 모를 기관을 쭉 뻗어 화면을 뚫고 나아갈 기세로 걸어간다. 독일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토마스 샤이비츠(51)의 ‘파스빈더의 초상’이라는 작품이다.

파스빈더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1945~1982)를 말한다. 1960~70년대 독일의 ‘뉴저먼시네마’운동을 이끈 장본인으로, 나치를 옹호했던 기성세대와 그 이후 청년세대간의 정치ㆍ문화적 이견을 제시하며 독일의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감독이다. 소극장 배우로 출발해 38세 요절할때까지 연극, 영화, TV시리즈, 라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겼고,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13년간 30여편을 연출하기도 했다.

샤이비츠는 ‘야수처럼 맹렬하게 일했다’고 전해지는 파스빈더를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형상으로 소환했다. 샤이비츠는 “파스빈더를 아는 관람자와 모르는 관람자 사이엔 작업을 이해하는 큰 차이가 있을것”이라며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그대로 화면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번역’과정을 거쳐 나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현존하는 세계와 내 그림은 평행 관계에 있는 셈이다. 보는이들은 자신의 지식과 본능에 따라 관람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샤이비츠 ‘더블 스타’전 전시전경 [사진제공=학고재청담]

‘번역’에 천착하는 작가는 언어의 이중적 의미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캐피탈 Ⅳ’는 자본과 자본주의시스템을 동시에 말한다. “캐피탈(Capital)을 C로 쓰면 ‘돈’을 뜻하지만 K(Kapital)로 쓰면 자본주의, 중요한 등으로 쓰인다. 현대사회에서 물건을 살 때 돈을 지불하는데, 모든 영역에 그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샤이비츠의 ‘번역’은 의미적 측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회화와 입체작업을 넘나들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마저도 흐린다.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기에 회화나 입체, 추상, 구상 같은 경계는 무의미하다. “동시대미술에서 이같은 구분짓기는 중요치 않다. 1920년대 유행했을지 모르나 오늘날에는 상투적이다”

한국에서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평면과 입체작업 13점이 나왔다. 학고재 청담에서 5월 5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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