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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컥컥’도 안했는데…우리 아이가 수면무호흡증이라고?
자면서 유난히 뒤척이며 잠 못자는 아이
성인과 달리 코골지 않아도 의심해봐야
숙면부족, 호르몬 원활치 않아 성장장애
피곤누적돼 주의력 결핍·두뇌발달 방해도

# 7년차 가정주부인 김 모씨(37)는 ‘잠 한번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이다. 김 씨의 5살 아이가 늘 ‘엄마와 같이 자고 싶다’고 보채고 엄마 없이는 잠을 잘 못자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는 동안 계속 뒤척이고 땀도 많이 흘리는 편이라 김 씨와 아이 둘다 중간중간 깨는 횟수가 많아 숙면도 못취한다. 더군다나 아이가 또래보다 키도 작아 김씨는 혹시 아이의 성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한다.

아이들 중에 자면서 코를 골거나 코를 골지 않아도 땀을 많이 흘리거나 심하게 뒤척이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부모들은 단순한 잠버릇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숙면을 방해하는 수면무호흡증은 특히 아이의 성장 발달 특히 두뇌 발달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심한 코골이로 잠에서 깰 정도라면 ‘수면무호흡증’=‘코골이’는 목젖 뒤쪽의 기도가 좁아지면서 공기 흐름에 저항이 생겨 주위 구조물들이 떨리며 나는 소리다. 코골이가 더 진행되면 목젖이 인두벽을 완전히 막아 공기의 흐름이 10초 이상 멈춘 상태가 수면 중 반복되는데 이것이 ‘수면무호흡증’이다. 성인의 평소 호흡 폭에 비해 들숨과 날숨의 폭이 90%이상 감소된 경우를 무호흡이라고 하고 30~90%만 감소해도 혈중의 산소농도가 감소되거나 수면 중 각성이 동반된다면 저호흡이라고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무호흡이나 저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 나타나며 낮에 졸리거나 숨이 막혀 잠에서 깨는 경우를 말한다. 동반자에 의해 습관적인 호흡장애가 관찰되거나 고혈압, 당뇨, 심방세동, 울혈성 심부전, 뇌졸중, 인지 장애 등 합병증이 동반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박일호 고대 구로병원 이비인후ㆍ두경부외과 교수는 “해당 증상이 동반되지 않아도 15회 이상 무호흡 또는 저호흡이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며 “수면무호흡증을 단순한 코골이로 여겨 치료의 필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뇌졸중, 심근경색 등 다양한 합병증 때문에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소아는 자면서 자주 뒤척이면 의심=수면무호흡증은 흔히 성인질환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아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 중 소아청소년은 5%를 차지했다. 성인 수면무호흡증은 심한 코골이를 동반하지만 소아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코골이가 없는 경우도 있고 무호흡보다 저호흡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때문에 코골이가 있거나 코골이가 없다 해도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거나 자주 심하게 뒤척인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하고 수면다원검사 등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소아 무호흡증은 주로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커져 기도를 좁게 만들어 발생한다. 기도가 좁아지면서 뇌는 수면 중에도 호흡곤란이 올 것에 대비해 무의식적으로 각성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피곤이 누적되고 짜증이 늘며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 공격성과 같은 행동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깊은 숙면 시 배출되는 성장호르몬이 활발하게 나오지 않아 성장 장애와 학습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건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성장은 물론 두뇌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중 관리, 금연ㆍ금주 필요=수면무호흡증은 비만이 하나의 원인이다. 몸무게 증가와 비례하게 기도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기도 주위 근육이 약해져 기도가 좁아져 증상이 악화된다. 호르몬 차이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으며 비중격만곡증, 비염 등 코와 관련된 질환도 원인이 된다.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만병의 근원인 고혈압 발병률이 정상인에 비해 9.7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 복용과 함께 수면무호흡증 치료가 필수적이다. 또한 심부전 발병위험은 2.2배, 관상동맥질환은 1.3배 발생이 증가하는 등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도 크다. 자주 잠이 깨다 보니 주간졸림증이 심해지고 불안증, 우울증, 불면증의 빈도도 심해지며 또한 뇌로 가는 혈관이 터지는 뇌졸중 발병도 정상인에 비해 1.6배 높다고 한다.

김동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수면장애는 고혈압, 부정맥,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당뇨, 인지기능장애, 뇌졸중, 발기부전 등 여러 가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체중감량과 금주, 금연은 필수적이다. 박 교수는 “비만도가 높을수록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체중지수(BMI) 관리가 필요하다”며 “또한 술은 점막에 부종이 발생하고 점액 분비를 증가시켜 기도가 막히기 쉽다. 담배도 상기도 점막에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금주·금연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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