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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은 ‘세금 전쟁’ 중] “세금이 실업·탄소 줄여” vs “과세기준 형평성 위배”
비만세 등 사회문제 해결 도구로
‘구글세’ 도입 공감대로 이어져
기준 논란 여전…정부 설득 부족


프랑스가 지난 6일 다국적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16일 프랑스‘노란조끼’ 시위대 참가자가 릴 지역의 한 애플 매장 간판에 ‘당신네 회사의 세금을 납부하라’는 구호를 적고 있다. [AP]

과세의 근본적인 목적은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세원도, 사회 문제도 달라졌고, 이에 따라 세제도 바뀌어왔다.

일례로 중세 유럽 시대에는 창문과 난로의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 ‘창문세’, ‘난로세’ 등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창문의 개수=부(富)’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최근 부상한 ‘구글세’와 ‘로봇세’ 논의 역시 시대 변화에 따른 각국의 대처법을 보여준다. 디지털 경제의 확산, 자동화 도입 확대라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세제도를 전면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과세 기준ㆍ형평성의 모호성을 지적하는 이해 당사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새로운 과세처 찾아나선 정부들 =‘디지털세’의 도입 배경은 디지털 비즈니스의 확대로 사업장 위치와 무관한 ‘국경 없는 매출’, ‘조세 없는 이윤’의 규모가 커져 국가재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공감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경우 다국적 기술기업의 조세회피로 연간 2000억 달러의 세수 손실을 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저소득 국가들은 경제 성장과 빈곤 감소,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수입을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럽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세제의 공정성 회복’을 목표로 기업이 매출 발생지에 세금을 내는 법인세법 개혁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로봇세’ 논의도 산업의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실업이 늘고, 이는 소득세와 급여세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의 과세 당국의 고민이 반영됐다.

2년 전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들은 미국 내 경제활동의 51%를 차지하며, 이를 임금으로 따지면 연간 2조 70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新 과세 제도, 사회 문제 해결의 해법”=과도한 정크푸드 섭취로 성인병 발생 위험과 비만율이 증가하자 지난 2011년 덴마크는 포화지방 1㎏당 16크로네의 세금을 부과하는 비만세(Fat Tax)를 신설했다. 비만세는 식품업계의 반발로 1년 만에 폐지됐지만, 이를 계기로 각국은 설탕세, 포장식품세, 탄산음료세 등 각종 ‘정크푸드세’를 만들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효과를 봤다. 미국의 필라델피아의 경우 설문조사에서 설탕세 도입 이후 매일 설탕 음료를 섭취한다고 답하는 비율이 4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탄산음료 한 캔 당 1%의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주요 청량음료 기업들이 설탕 함량을 줄이거나 용량 자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세제도 일부 효과가 확인됐다. 스웨덴은 지난 1992년 질소산화물에 대한 세금을 도입, 이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30~40% 줄어들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미국의 경우 2020년부터 탄소 배출 1t당 세금 50달러를 매기고, 매년 2%씩 인상할 경우 2025년이면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최대 46%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세 형평성ㆍ기준 여전히 모호”=그러나 세금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만능열쇠’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령, 식품업계는 정크푸드세가 비만 방지에 효과가 없고 오히려 저소득층의 부담만 늘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헝가리의 경우 정크푸드 소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포장 식품세가 국민의 식습관 개선에는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문제의 해법으로 부상한 ‘탄소세’는 실효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등 탄소세 강화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시작된 ‘노란조끼’ 시위는 탄소세의 부작용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시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후 부자 감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정작 유류세 인상으로 서민의 부담은 가중시키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자동차 사용률이 높은 농촌 지역과 도시 지역 간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사설을 통해 “기후변화가 일반 주민들의 생활비를 인상하고 경제를 저해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 설득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로봇세’는 세금 부과 대상인 ‘로봇’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단순히 기계에 모두 세금이 적용될 수 있는지, 혹은 최근 개발 붐이 일고 있는 인공지능 역시 세금부과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이해당사자 간의 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ba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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