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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패션PB’…VIP 마음도 잡다
기획·제조·판매 전과정 직접 제작
직매입서 ‘만드는 명품’으로 진화
품질·합리적 가격…‘가치소비’추구

롯데 ‘엘리든’ 신세계 ‘델라라나’ 등
작년 매출 두자릿수 성장세 기록


신세계 강남점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업가 A(50)씨는 신세계백화점 편집숍인 분더샵을 찾았다 새로 입점한 맞춤 셔츠 매장을 발견했다. 원단이 괜찮은데다 54개 샘플 상품 중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상품을 골라줘 착용감도 좋았다. A씨는 이 매장이 새로 들어온 명품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백화점의 PB(자체 브랜드)인 ‘카미치에’였다.

A씨는 “고급 원단과 좋은 착용감으로 명품 못지않은 만족감을 느꼈다”면서 “가격도 다른 브랜드보다 20%가량 싸 물건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백화점 VIP 고객들이 백화점 PB상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관련 매출도 순항을 보이고 있다. 명품과 비슷한 품질의 상품을 20~30% 낮은 가격에 판매하자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백화점 PB상품을 찾기 시작한 것. 이에 자신감을 얻은 백화점들은 상품 기획부터 제조, 판매 등을 직접 나서서 하고 있다. 단순히 명품을 가져다 파는 것을 넘어 백화점이 직접 명품을 만드는 셈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PB상품 통합 브랜드인 ‘엘리든(ELIDEN)’은 지난해 매출이 15.7% 신장하는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동종 브랜드 대비 가격이 합리적이다 보니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5년 여성 수입의류 편집숍인 엘리든을 오픈한 후 바이에토르, 비트윈, 아카이브, 르보헴 등 5개의 수입 직매입 편집숍을 운영 중이다. 2017년 8월에는 5개 브랜드를 모두 합친 통합 브랜드 ‘엘리든’을 론칭하기도 했다.

백화점들이 PB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으면서 이제는 기획은 물론 제조, 판매 등 전 과정을 직접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는 캐시미어 전문브랜드 ‘델라라나’와 다이아몬드 브랜드 ‘아디르’를 론칭하고 직접 생산까지 하고 있다.

아디르의 경우 티파니, 까르띠에 등 세계적인 해외 주얼리 브랜드와 같은 원석 공급 딜러에게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공급받아 일본 주얼리 전문 세공 장인들의 손을 거쳐 높은 수준의 품질을 갖고 있다. 또 GIA(미국 보석 감정위원회) 감정서와 백화점 자체 감정서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보다 20%가량 낮다. 이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목표 대비 20%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델라라나도 이탈리아 고급 원사를 사용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지난해 계획 대비 40%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신세계에 입점한 캐시미어 브랜드 중 가장 높은 매출 상승폭이다.

백화점의 PB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유통 현장에서 경험한 고객의 취향을 바탕으로 상품을 기획하는데다 직접 원사나 원석 등을 공수해 중간 마진을 줄여 가격 경쟁력도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브랜드 소비보다는 제품의 품질이나 나만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가치소비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고객의 니즈가 급변하는 유통업계에서 향후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지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한발 앞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품질과 가격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더욱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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