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집안의 정크푸드 치우고, 탄산음료 대신 물 많이 마시는게 우선
달달한 도너츠, 기름진 맛의 햄버거와 피자, 심심풀이 감자튀김은 ‘정크푸드’의 대명사다. 정크푸드는 열량은 높지만,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식품들이다. 지방을 비롯해 염분과 각종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어 현대인의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정크푸드는 현대인의 입맛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설탕과 지방에서 오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 스크립스 비만연구센터에 따르면 햄버거, 피자 등의 정크푸드는 마약이나 담배만큼 중독성이 높다. 인간의 뇌에서 정크푸드에 대한 욕구가 자극하는 부분은 마약을 하고 싶은 욕구와 같은 위치로, 정크푸드를 많이 먹으면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한다. 이로 인해 중추는 붕괴되고, 뇌는 똑같은 양의 약물이나 음식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선 실험쥐에게 치즈케이크, 베이컨, 소시지 등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실험쥐들은 체중이 불어나며 약물중독과 비슷한 폭식 성향을 보였다. 특히 중독된 쥐들은 정상적인 쥐들과 달리 쳇바퀴를 달리지 않았으며 식사 중 신체에 전기 충격을 줘도 음식을 먹는 데에만 집착했다. 중독 증상은 정크푸드를 끊은 뒤에도 2주나 지속됐다.
정크푸드를 많이 먹었더니…=정크푸드 섭취의 문제는 우리 몸에 위험 신호를 끊임없이 보낸다는 점이다. 정크푸드의 과도한 섭취는 체중 증가는 기본이며,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미 수많은 연구가 나와있다.
정크푸드를 자주 먹으면 우리 몸은 면역 체계의 변화가 일어날 우려가 크다.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린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등이 함께한 국제 공동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정크푸드를 섭취하면 우리 몸은 이를 유해 세균으로 인식, 면역체계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정상 식단으로 바뀐 뒤에도 상당 기간 남아 당뇨와 동맥경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고지방, 고당분, 저섬유질의 정크푸드 식단을 한 달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쥐의 몸 전체에서 강력한 급성 염증성 반응들이 일어나며 혈액 속 과립성 백혈구와 단핵 백혈구를 비롯한 특정 면역세포들의 수가 급증했다. 이는 유해 세균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반응과 유사하다.
햄버거, 탄산음료와 같은 고지방, 고당분의 식품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도 높인다. 2017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신경과학과 연구팀은 고지방·고당분 음식이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생체실험 결과를 신경과학회 학술지 ‘이뉴로’(eNuro)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쥐들에게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관련이 많은 사람의 APOE4 유전자를 이식한 뒤 두 그룹으로 나눠 60일 동안 한 쪽엔 고지방·고당분 음식을, 다른 한 쪽엔 저지방·저당분 음식을 줬다. APOE4 유전자와 비만은 뇌 혈류를 차단하고 신경을 손상시키거나 죽이는 유해 단백질 생성을 늘려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준다.
연구 결과 고지방·고당분 음식을 먹인 쥐들에서 알츠하이머 유사 병증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심지어 유전자 손상 우려도 있다. 정크푸드를 즐겨먹는 부모는 자녀에게 당뇨병을 물려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2010년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연구에 따르 정크푸드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DNA와 장내 미생물군집에 암호화된 후 변형돼 면역체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 이같은 이유로 암, 염증, 알레르기 반응에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정크푸드 대신 먹으면 좋을 것들=정크푸드를 완전히 끊는 일은 쉽지 않지만 중독성이 강한 만큼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탄산음료, 감자칩, 도너츠, 냉동피자 등 집 안 구석구석 쌓인 정크푸드를 치우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건강한 간식을 채워넣는다.
중독성 강한 정크푸드 대신 섭취하기 좋은 음식으로는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 견과류, 채소 등이 있다. 사과, 딸기처럼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바나나처럼 포만감을 줄 수 있는 과일도 빼놓을 수 없다. 잎이 많은 채소와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 같은 영양소 밀도가 높은 채소의 섭취도 늘리면 좋다. 정제된 탄수화물 대신 귀리나 현미로 만든 빵을 섭취해야 식이섬유 섭취가 늘어 정크푸드로 인해 높아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
또한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아보카도, 올리브오일은 물론 아몬드, 호두, 피칸과 같은 견과류를 섭취하면 좋다. 특히 견과류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여러 질환이 한 번에 나타나는 대사 증후군 위험 인자를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브리검 여성 병원에서 진행된 2010년 연구에 따르면 견과류는 고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된고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건강한 단백질인 두부, 콩과 식물은 물론 그릭 요거트 등의 섭취도 늘리면 좋다. 탄산음료를 대신해 물이나 녹차를 마시는 것이 정크푸드의 중독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