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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회담 결렬이유는 ‘영변+알파’ 입장차…北: 1차로 영변만 vs. 미: 이번에 전부
-트럼프 “영변 외 핵시설 거론하니 북한 놀라”

-미리 조율되지 않은 의제 정상 간에 꺼낸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세계적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결렬되고 만 2차 북미정상회담은 단계적(북한)으로 하느냐, 한 번(미국)에 하느냐의 입장 차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초유의 합의를 앞두고 양측이 또 한 번 과거와 같은 행태를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고, 미국은 ‘영변+알파’를 요구하면서 대화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실무회담에서 언급하지 않던 ‘영변+알파’ 요구를 회담 막판 정상 간 만남에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정상회담에서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직후 현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는 영변 외에도 언론이나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핵시설이 있다”며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무회담에서 언급하지 않던 사항을 정상 간 만남에서 제기한 정황이 읽힌다. 외교적으로 실무협상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문제가 정상 간 화제로 제기되면 양측은 정식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어진다. 실무회담 통한 의제 조율-실무회담 합의-실무회담 조율된 의제 정상 간 논의라는 정상 회담의 순서를 거스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무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도 양측 정상이 합의하면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영변만 하느냐, 영변 밖도 하느냐 여부는 합의 이후 양측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핵심 논점이다. 더 이상 정상 회담이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미국은 영변 밖 시설 거론으로 북한의 굴복을 이끌어내거나, 회담 결렬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그런 식으로 굴복하길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비핵화 후 체제 안전보장이 될 것인지에 대해 여전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리비아의 정치지도자 카다피가 비핵화 후 내전이 일어나고 결국 시민군에 의해 사망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전례에 따라 섣부른 비핵화로 ‘최고 존엄’의 안위가 흔들릴 수 있어 1차 영변 폐기와 연락사무소 개설에 이은 2차 행동 맞교환 등 단계적 비핵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해 인정한 적이 없으나,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상당한 수준의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공개 시설의 존재를 이번에 인정할 경우, 단계적 비핵화 해법은 요원해져 더 이상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영변 외 핵시설 논의는 북한에게 가장 민감한 의제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보는 이유다.

베트남으로 가기 전 “북한의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는 없다”고 선언한 트럼프 입장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두 정상은 단계적 비핵화(북한), 비핵화 후 제재 해제(미국)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한 치도 굽히지 않은 채 우회로(1차 영변 폐기 및 연락사무소 개설)를 검토하다가 다시 원칙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런 양상은 향후 북미가 더욱 되돌리기 힘든 긴장 상태로 진행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나 여의치 않으면 제3의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협상 재개의 길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영변 외 핵시설이 핵심 논점이 된 만큼 앞으로 양측 실무회담팀은 영변 외 핵시설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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