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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이익집단서 이념집단으로…” 좌파 ‘색깔론’ 꺼내든 한유총
“좌파 공산주의 교육 물러가라.”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총궐기 집회에서 나온 구호에 귀를 의심했다. 이날 한유총은 교육부 에듀파인 의무 도입 등에 대해 ‘공산주의’라는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한유총이 이익집단이 아니라 이념집단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이날 집회에선 ‘공산주의’, ‘좌파’ 등 태극기부대에서 나올법한 구호들이 대거 등장했다. 한유총 측은 ‘좌파들은 이미 전교조를 통해 초,중,고,대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유치원을 장악해 어릴 때부터 좌파이념교육을 통해 사회주의형 인간을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국고보조금의 투명성 강화를 하기 위한 유치원 에듀파인 의무 도입이 좌파들의 음모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마음대로 정부가 사유재산인 유치원을 폐원도 못하게 한다며 이는 자유주의에 어긋난다고 했다. 유치원은 아이들의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지급한 국고 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유치원이 가진 교육공공성 때문이라는 사실도 함께 잊은 듯했다.

사실 유치원 공공성 강화는 좌우파와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사립유치원에 ‘누리교육 과정’ 정부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또 있다. 이번 교육부 시행령이 ‘획일성’을 낳는다고 비판한 지점이다. 이들은 좌파당에 의한 국공립유치원 주도정책은 “획일적인 탁아소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선택권을 박탈하고,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도 학부모들은 유치원 선택권이 많지 않다. 믿고 맡길 유치원을 찾기 어려워 매번 유치원입학 추첨마다 전쟁을 겪는다. 또 그들이 주장하듯 사립유치원이 공립유치원보다 다양한 교육을 한다고 볼 수도 없다. 만약 그들이 진정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한다면, 굳이 에듀파인 도입을 반대할 필요 없이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면 된다.

다시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도입 배경으로 돌아가보자.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에서 수많은 유치원이 혈세를 벤츠차량 리스비, 개인 휴대전화 요금, 주유비 등으로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온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을 무조건 좌파의 음모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

한유총은 좌파의 교육독재에 맞설 힘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수많은 학부모들은 유치원의 비리를 목격하고도 내 아이가 밉보일까, 원장선생님에게 찍힐까 말도 못했다. 지금 한유총의 ‘색깔론’으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그들이 그토록 걱정한다는 우리의 미래, 아이들이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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