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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감아도 보이는 맹학교 졸업앨범…‘3D 프린팅’으로 기적만든 삼육대 학생
-삼육대 생명과학과 임진환 씨 ‘3D 프린팅 재능기부 프로젝트’
-“대학서 배운 지식·기술로 세상 따뜻하게 할 것”


[삼육대 임진환(생명과학과 4학년) 학생이 졸업을 맞은 맹학교 고3 학생들에게 3D 프린터로 흉상을 제작해주는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삼육대학교 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기술은 딱딱하고 차가워요.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따뜻하게도 하고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도 해줍니다.”

18일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 졸업식. 8명의 맹인 학생들 손에는 졸업앨범 대신 자신의 얼굴을 쏙 빼닮은 흉상이 들려 있었다. 임진환 씨가 3D 프린터로 제작해 선물한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은 책이 아닌 흉상으로 만든 특별한 앨범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은 손끝으로 서로의 흉상을 얼굴 대신 어루만졌다.

삼육대 임진환(생명과학과 4학년) 학생이 졸업을 맞은 맹학교 고3 학생들에게 3D 프린터로 흉상을 제작해주는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D 프린팅 스타트업에서 설계사로 일하는 임 씨는 지난해 유튜브에서 맹인학생들에게 3D 프린터로 졸업앨범을 만들어주는 영상을 보고 이번 앨범 사업을 기획했다. 2014년 한 3D 프린팅 업체가 진행한 사업이지만 맹인들에겐 대다수 방식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대다수 맹인들이 졸업식에서 일반적인 사진첩 형식의 졸업앨범을 받고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임 씨는 자신의 기술과 회사 장비를 활용해 재능기부 형태로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 기획안을 보여주자 회사 대표도 흔쾌히 허락했다.

임 씨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모든 맹학교에 제안서를 보냈다. 하지만 허락하는 곳이 없었다. 유일하게 사업의 취지에 공감해준 곳이 한빛맹학교와 손을 잡았다.

특별한 앨범을 만들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복합장애를 안고 있는 학생들은 스캔할 때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임 씨는 “처음엔 기술적인 부분에 집착하다보니 학생들과의 교감에 소홀했었던 것 같다”면서 “이후 생각을 바꿔 학생들과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진행하니 일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3D 프린터 설계사인 임 씨의 전공은 뜻밖에도 생명과학이다. 2학년 때는 자동차공학(카메카트로닉스학과)을 복수전공 했고, 지난해에는 학내 창업지원단이 제공하는 3D 프린팅 교육을 받으며 해당 기술을 익혔다.

임 씨는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이 내가 가는 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을 나도 모르게 활용하고 있더라”며 “스캔본 편집을 할 때는 인체해부학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했고, 설계 단계에서는 복수전공을 하며 익힌 공학적 사고가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임 씨의 꿈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의수나 의족, 인공장기를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되는것이다. 장애인들이 인체의 한계를 넘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좀 더 좋은 제품을 설계하고, 저렴하게 보급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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