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두고 지도부-후보 입장 평행선
당 지도부 호소에도 후보들 ‘냉담’
당 안팎 “지도부가 정치력 발휘해야”

탄핵정국 이후 모처럼 당의 지지율 상승세를 견인하며 ‘효자’ 노릇을 해오던 2ㆍ27 전당대회가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최소 2주 이상 연기’를 요구하며 선거 보이콧에 나선 후보들과 “일정 연기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당 지도부가 팽팽히 맞서며 후보등록 직전 당내 파열음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11일 한국당에 따르면 당 선관위는 오는 12일부터 2ㆍ27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진행한다. 그러나 당장 후보등록을 진행할 당권주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 2명 뿐이다. ‘빅3’로 불리는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원내 후보인 심재철ㆍ안상수ㆍ정우택ㆍ주호영 의원도 모두 후보 등록을 거부한 상태다.

문제는 ‘일정’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전당대회가 오는 27일로 일정이 겹쳐 6명 후보는 “최소 2주 이상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보들은 지난 10일 긴급회동을 열고 “일정이 연기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황 전 총리와 김 의원은 “당의 뜻에 따른다”며 사실상 일정 유지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쪽 전대’ 우려에 당 지도부는 후보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11일 오전 한국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박덕흠 의원은 “국민과 당을 배신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충정과 충심으로 선거 복귀를 조심스럽게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정 연기에 대해서는 “원안대로 치러져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권주자들의 복귀 가능성은 작은 상황이다. 당장 후보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오 전 시장은 “일정 연기 없이는 전당대회를 보이콧 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홍 전 대표 역시 “전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내 현상은 좀비 정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히려 평행선 행보가 길어지며 후보 간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다른 후보들의 보이콧에 대해 “할 만큼 했다. 그만 징징대라”며 비난했고,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김 의원은 말을 더 배워야 하겠다”며 맞받아쳤다.

초유의 전당대회 파행 위기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결국 당 지도부의 의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후보를 설득해 선거 파행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얼마나 후보들을 설득해 레이스에 복귀시키느냐가 관건”이라며 “오는 12일 등록 전까지 물밑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황 전 총리의 독주에 다른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모양새”라며 “후보들의 요구대로 일정을 미룬다면 3월, 4월에 있을 김정은 답방 등에 대해서도 연기 요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결국 김 비대위원장과 박관용 당 선관위원장이 정치력을 발휘해 선거 파행을 막아야 한다”며 “등록 시한까지 일부 후보들이라도 설득해야만 전당대회 파행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