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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에 1만5000원 ‘현금깡’…‘꿀알바’ 된 온누리상품권
매월 초 온누리상품권 구매 알바
30만원 사다주면 6000원 챙겨
명절때 50만원 사다주면 2배 넘어
“할인액 모두 세금” 혈세낭비 우려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은행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려고 했지만 모두 매진이었다. 성기윤 기자/skysung@

‘5분이면 1만원을 벌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64) 씨는 몇달전 지인으로부터 고소득 꿀알바를 소개 받았다. 일은 정말 간단했다. 오전 8시30분께 은행 문이 열기 전에 은행 문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온누리 상품권을 한도(30만원)까지 구매한 다음 은행에서 할인금액(전체0.5%) 1만5000원을 받아 브로커에게 전달하는 아르바이트였다.

김씨가 챙길 수 있는 돈은 1만5000원 가운데 6000원. 개인 구매 한도액이 정해지자 아르바이트생 까지 고용해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다시 은행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거두는 새로운 현금깡의 형태였다.

1인 구매 한도가 50만원으로 늘고 할인율도 2배인 10%로 증가하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선 알바비도 1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역시 현금깡 알바도, 상품권도 모두 일찌감치 매진돼버렸다. 김 씨는 “7080노인들에게 5분에 이 정도 돈 버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아침마다 20~30명씩 줄이 길게 있다. 늦게 오면 상품권이 다 팔려 허탕칠 때가 있다”고 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만들어진 온누리상품권이 ‘상품권 깡’용으로 사용되면서 시장에서의 사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수요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전국 1400여개의 전통시장과 18만여 개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명절기간은 물론 평소에도 온누리상품권 찾기는 어렵다. 온누리상품권 시세 차익을 노린 각종 현금깡 때문이다. 설을 앞둔 지난 1일 온누리상품권을 구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은행 5곳을 돌았지만 이미 모두 매진이었다. 이날 오전 9시께 은행이 열자마자 이곳을 찾은 김모(59) 씨는 “1일에 왔는데도 없으면 언제 어디서 구해야 하느냐”고 허탈해했다.

현장대리 구매형태뿐만 아니라, 지인을 통한 대량구매, 인터넷 구매 등으로 되팔아 차액을 챙기는 온누리상품권 현금깡도 온누리 상품권이 금방 매진되는 이유다. 상품권 깡이 횡행하면서 가장 큰손해를 보는 것은 온누리상품권을 구하고 싶어도 못구하는 실제 상품권 사용객들이다. 온누리상품권 유인책이 실패하니 당연 상인들도 울상이다.

더 큰 문제는 온누리상품권에 막대한 세금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온누리상품권의 할인가(5~10%)는 정부보조금액이다.

이번 설을 앞두고 발행된 온누리 상품권 4500억원 가운데 할인가 10%(450억원)는 정부 보조금액이다. 올해만 온누리 상품권은 2조원 어치가 발행될 계획이다.

상인들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만든 온누리상품권이 시장 살리는 데 전혀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 시장에서 20년째 김 장사를 하고 있는 강모(63) 씨는 “오늘 상품권 한장 받았다”면서 “상품권을 줘도 현금으로 거슬러 줄 돈도 없다. 현장을 전혀 모르고 만든 보여주기 정책”이라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의 할인정책이 현금깡으로 악용만 되고 있기 때문에 할인을 없애고 사용기한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등포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 내에서도 깡이 있는지 없는지 늘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지만 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며 “현금 할인 제도가 있으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가를 받되, 실제로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희ㆍ성기윤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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