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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민 깊어지는 재계]대통령이 나서 국민연금 개입 주문…재계 충격 “최악의 상황”
“親기업 환경조성” 발언 불과 일주일만에…
‘스튜어드십 코드’ 내세워 경영활동 압박 우려
연금 수탁위 의견과 배치 정부입김 작용 소지
연금 운용 전문·독립성확보 시급한 과제 부상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재계가 혼란과 충격에 휩싸였다.

국민연금이 자칫 경영개입 수단으로 변질될 경우 기업들은 경영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국민연금을 의식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 질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주주권 행사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의 방향성과 반대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작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첫 적용사례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지목된다. 수탁위는 신중 모드다. 수탁위는 오는 3월로 예정된 대한항공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해 논의 결과를 토대로 주주권 행사 이행 여부와 방식을 2월 초까지 결정키로 했다.

재계는 충격에 더해 혼란 그 자체다.

손경식 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 문제가 시발이 돼 다른 기업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상당히 걱정한다”며 “무엇보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일어난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얼마나 해오고 있느냐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지배구조포럼이 공동으로 개최한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세미나’에서도 국민연금이 재벌 개혁 수단으로 변질돼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상황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다면 국민연금의 정치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독립성이 낮은 국민연금이 환경ㆍ사회공헌ㆍ지배구조 문제에 관여하게 되면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주주의 이익과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경우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ISD 소송을 당해 국제소송전으로 비화될 위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인들과 대화를 통해 친(親)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한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이라며 “현재 국민연금 수탁위가 한진칼 주주권 행사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하는 중에 나온 발언이라 해석은 더 분분하다”고 말했다.

전문성 결여로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스튜어드십 코드의 한계로 꼽힌다.

실제 해외 연ㆍ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비슷한 의결권 행사 지침이 있지만,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운용을 위한 장치가 있다.

지난 1997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법을 제정해 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한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이사회는 정부 인사는 배제된 채 투자ㆍ경제 전문가로 꾸려진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의결권 행사를 외부 자문기관에 위탁한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에 이르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기업들에게 부담요인이 되는 건 당연하다”며 “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 등을 고려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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