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취업률 70%선 무너져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도 하락
올 졸업예정자 정규직 취업률 11%
# 2017년 연세대를 졸업한 김민혁(30·가명) 씨는 금융 회사 취업을 3년동안 준비했지만 재작년과 작년 연달아 정규직 채용이 좌절됐다. 김씨는 “같이 금융 회사에 도전했던 동기들 중에 40%만이 취업에 성공을 하고 나머지는 ‘취업 삼수’에 나서고 있다”며 “대학도 재수를 한터라 부모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 작년에 고려대를 졸업한 이소정(25·가명) 씨는 공기업에 도전해 마지막 면접까지 갔지만 고배를 마셨다. 어학연수를 포함해 취업준비만 4년을 했는데 좁아진 공기업 취업문을 뚫지 못했다. 이 씨는 “정규직 취업이 확정된 친구들이 많지 않아 ‘취업 재수’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라며 “대학 졸업 여성 구직자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 보인다”고 했다.
2012년 이후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취업 불패’로 불리는 소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졸업생들도 일자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졸 취업률 2012년 이후 매년 하락…서울대 취업률 70% 하회=22일 교육부와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7년 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62.6%에 그쳤다. 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지난 2012년 66.0%를 시작으로 ▷2013년 64.8% ▷2014년 64.5% ▷2015년 64.4% ▷2016년 64.3% ▷2017년 62.6%까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이같은 대졸자 취업률 하락 속에서 2017년 서울 주요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도 하락하고 있다. 2017년 서울대 졸업생 취업률은 68.3%로, 전년도(70.6%)보다 2.3%포인트 떨어져 70%를 하회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2017년 취업률은 68.7%, 68.2%로 전년보다 각각 1.4%포인트, 5.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017년 서울대를 졸업한 이정현(29) 씨는 “서울대 입학하기 위해 바늘구멍 경쟁을 뚫었는데 졸업 뒤 취업 문턱에서 두 번이나 좌절하니 뭘 위해 살고 있는지 회의적”이라며 “서류 통과조차도 안되는 곳이 있어 서울대 출신이면 무조건 서류통과가 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고 했다.
서울 주요대학 대부분 취업률이 하락하고 있다. 2017년 성균관대 졸업생(취업률 75.1%)과 한양대(69.6%), 중앙대(65.4%). 동국대(67.3%), 숭실대(66.5%) 등도 전년보다 취업률이 떨어졌다.
서울의 한 대학 취업센터장은 “경기가 어려워진 탓인지 대기업에서 보내는 입사원서도 30%정도 줄어들었다”며 “대학생활 전체를 취업에만 매몰되는 학생을 볼 때 안쓰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올해 졸업예정자, 정규직 취업률 11%”= 취업포털업체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인 대학생 1112명을 대상으로 ‘현재 취업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정규직 취업했다’는 응답자는 11.0%에 그쳤다.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응답자도 10.0%였으며 79.0%는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학 졸업예정자의 1월 기준 취업자 비율은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3년 전(2016년 1월) 동일조사 결과 ‘정규직 취업자’는 16.9%였으나 올해는 11.0%로, ‘비정규직 취업자’는 22.2%에서 10.0%로 각각 5.9%포인트, 12.2%포인트 추락했다. 정규직 취업자 가운데 남학생 비율은 11.6%로, 여학생(10.3%)보다 조금 더 많았다. 전공계열별로는 경상계열 전공자 중 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응답자가 13.2%로 가장 많았다. 이공계열 전공자(12.2%)와 예체능계열 전공자(10.2%), 인문·어문계열 전공자(9.4%)가 뒤를 이었다.
변지성 잡코리아 팀장은 “장기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졸업예정자 가운데 상당수는 상반기에도 신입직 구직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정규직 취업자 중 15.9%가 ‘상반기 대기업 신입 공채에 응시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11.2%는 ‘공기업ㆍ공공기관에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세환 기자/gr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