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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알바리포트③] ‘시급 6000원’…오늘도 10대 라이더는 목숨 걸고 달립니다
-대형프랜차이즈 라이더 고용 줄이자…청소년들, 더 열악한 ‘영세업체’로
-‘시간경쟁’ 부추기는 라이더 생태계…전문가 “4대보험 없이도 산재처리 가능…기관 도움 받아야”

배달 알바 관련 자료사진.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서울 성북구 한 치킨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10대 라이더 박모(18) 군은 2년째 라이더 일을 하고 있다. 박 군의 시급은 6000원. 한달 월급은 65만~80만원 수준이다. 버는 돈은 적지만 구직에 부모동의서가 필요치 않다는 점 때문에 박군이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박군은 “집에서도 돈을 벌라고 한다. 용돈은 없다. 가진 기술은 오토바이 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통상 청소년들은 부모 동의서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아르바이트를 구 할 수 있다. 그러나 10대 라이더는 불법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근무하는 탓에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감수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2018년도 상반기 알바천국DB를 통해 확인한 ‘청소년 및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5~19세 서울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는 음식점(1만7436건), 편의점(1만816건), 패스트푸드점(6806건) 순이었다.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은 라이더 수요가 많은 업종 중 하나다.

문제는 라이더 교통사고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대형 패스트푸드점에선 청소년 라이더 숫자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급을 비교적 높은 대형 업체들이 라이더 고용을 줄이자 10대 라이더들은 보다 영세한 업체에 취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박군의 사례처럼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게 된 것도 대형 업체 취직이 어려워진 이후다.

그렇다고 라이더 일이 쉬워진 것도 아니다. 배달은 치열한 경쟁 시장이다. 라이더들이 처리하는 배달 숫자는 한 시간당 3~4콜 수준이다. 거리마다 차이는 있지만 배달 1건 당 소요되는 시간은 약 15분 가량. 거리가 멀 경우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음 배달장소까지 시간이 빠듯하다. 촉박한 시간을 메우려면 오토바이의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다.

지난 2015년 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한 ‘최근 5년간 음식서비스업에서 발생한 청소년 알바생 산재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0~2014년) 청소년 아르바이트 2607명이 배달 중 교통사로고 산재 부상을 당했고, 이 중 53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당수는 불법노동자 신분인 탓에 산재처리 문제를 꺼린다. 서울 양천구에서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A(17) 군은 지난해 여름 반바지 차림으로 배달하다가 오토바이 기통에 다리를 데여 큰 흉터를 얻었다. 하지만 별도의 산재처리를 하지 않았다. A 군은 “문제가 생기면 집에 연락이 가고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치료비도 없어 그냥 내버려뒀는데 흉터가 크게 생겼다. 내년에는 반바지를 못입을 것 같다”고 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은 “4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산재처리를 받을 수 있고, 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이나 주위 기관 등에 도움을 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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