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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아 기자의 바람난과학] 지구온난화 늦추고…유전자 변형 모기 '왱왱'
사이언스지 선정, 2019년 주목해야 할 과학 이슈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지는 3일(현지시간) 올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할 과학 이슈를 선정해 공개했다. 선정된 과학 이슈에는 기후환경, 물리학, 생물학에 관한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과학 정책, 과학기술계 연구윤리 등도 포함됐다. 

올해는 한국을 비롯한 영국, 미국의 연구진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분석하기 위한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 변화 연구에 착수한다. 돼지의 해를 맞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전세계로 퍼질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왔다. 재임 2년간 과학기술자문관 없이 과학 관련 정책을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과학자문관으로 켈빈 드로게메이어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 교수가 내정되면서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이란 핵협상 파기로 인한 미국의 실추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극지로 향한 전세계의 눈= 극지는 지구온난화의 징후가 가장 뚜렷한 곳이다. 북극에는 오는 9월 독일 쇄빙선 ‘폴라르슈테른’이 1년간 정박할 예정이다. 이 배는 17개국의 연구원이 참여하는 ‘북극 기후를 위한 천문학 관측소’(Observatory of Arctic Climate Observatory)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프로젝트에는 1억2000만 유로(약 1530억원)이 투입된다. 연구원들은 북극의 구름과 해양의 움직임에 관해 연구한다. 또 1년차 얼음이 형성되는 과정도 분석할 계획이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녹고 있는 서남극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

올해 말부터 남극에서는 한국과 영국, 미국의 과학자들이 함께 남극의 스웨이츠 빙하를 연구한다. 서남극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는 현재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연구진은 스웨이츠 빙하의 돌발 붕괴에 따른 급격한 극지 빙상-해수면 변동과정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수면 상승 예측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첫 1년간 5000만 달러(약 560억원)가 투입되는 5년간 프로젝트에는 지진계에서 계측기 실링까지 다양한 수단이 동원돼 빙하의 구조를 탐사할 예정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아이스샛’(ICESat)-2와 ‘그레이스 포’(GRACE Fo)도 빙하의 높이, 두께, 무게를 측정해 두 프로젝트를 도울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과학기술자문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2년간 과학정책 자문관의 도움 없이 과학과 혁신에 관한 중요한 정책 사안을 결정했다. 지난해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이란 핵협상을 파기했다.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정책을 진두지휘할 과학보좌관 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으로 내정된 켈빈 드로게메이어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 교수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간 배아 공학부터 자율주행차 규제, 사이버테러와의 전쟁, 기술인력 양성 등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할 과학정책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과학계의 국제적인 협력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 대학 내 중국인 스파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과학기술자문관으로 내정된 켈빈 드로게메이어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 교수 [AP 연합뉴스]

▶미투 운동 거꾸로 가는 미국 교육부 정책= 지난해 미투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지만, 올해 미국 교육부는 성범죄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줄이고 가해자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제안된 법안은 미국 교육개혁법 ‘타이틀 나인’(Title IX)을 근거로 대학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연방지침을 수립했다. 이 법은 성범죄 발생을 억제했다는 평이었지만, 반대로 성범죄 무고를 늘렸다는 논란도 있었다. 이에 미국 교육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호해야 한다’며 해당 지침을 폐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침이 폐기되면 미국 대학은 캠퍼스 밖에서 교원과 학생에게 일어나는 성범죄를 조사할 책임이 없다.


▶소립자인 뮤온입자의 새로운 힘 발견= 물리학자들은 뮤온입자의 자기적 성질 연구를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찾아온 새로운 입자나 힘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과학자들은 전자의 사촌격이지만 더 무겁고 더 짧은 수명을 가진 뮤온이 이론보다 더 자기성을 띠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2013년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에 있는 15m 넓이의 전자석을 페르미연구소로 옮기고 지난해 1월부터 데이터를 기록했다. 


▶초고화질로 관측하는 세포 내부= 5G 시대에 맞춰 초고화질 영상 기술 서비스가 출시된 것처럼 세포 생물학에서도 새로운 초고화질 시대를 맞고 있다. 앞으로 과학자들은 새로운 기술 결합 방법으로 세포 내부의 요소들을 3D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이미 연구자들은 단일 세포에서 DNA, 단백질, RNA, 후성 유전 인자를 분석할 수 있다. 올해는 냉동전자단측촬영, 분자 추적 기법을 다른 유형의 현미경 촬영 기법과 결합한 새로운 촬영 기법이 개발될 예정이다. 세포가 어떻게 분열되고 형태를 바꾸는지, 그리고 유전자 활동이 구조와 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돼지 해에 돼지에게 찾아온 시련= 올해 전 세계의 돼지 사육업자들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에 대한 뉴스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해당 바이러스는 사람에겐 무해하나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는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 야생 멧돼지에서 돼지로 전염될 수 있어 관리도 어렵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유럽에서 시작돼 불가리아, 벨기에, 헝가리를 덮쳤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중국에서 이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돼지 이동세계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키우는 국가인 중국은 작년 8월 이후 발병 사례만 80건에 달한다. 63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중국 주변국인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유럽에서 시작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중국에서도 검출됐다.

▶에어로졸 입자로 막는 지구온난화= 태양에서 오는 빛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겠다는 지구공학 기술이 올해 처음으로 실험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기후학자들은 태양 빛을 반사하는 에어로졸 입자를 성층권에 뿌려 지구의 온도를 낮추겠다는 연구 방법을 제시했다. 과거 화산폭발에서 발생한 화산재가 햇빛을 가로 막아 수십 년 동안 지구를 빙하기로 만든 원리를 모방했다. 해당 연구가 자문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연구진은 성층권에 풍선을 띄워 분필 성분인 산화 칼슘을 내뿜고 이에 따른 냉각 효과를 관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와 에어로졸 입자 성분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이러한 연구가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유전자 변형 모기 첫 방출=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연구된 유전자 변형 수컷 모기 1만 마리가 방출된다. 비영리 협회인 ‘타겟 말라리아’(Target Malaria)가 주도하고 있는 이 연구는 유전자 변형 모기와 자연 모기와의 교배를 통해 자연 모기에게 질병을 없애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유전자 드라이브’ 전략의 하나다. 지난해 영국의 바이오업체 옥시텍도 자살 유전자를 심은 유전자 변형 뎅기열 모기를 만들어 브라질 일부 지역에 풀었다. 그 결과 뎅기열 모기 개체 수가 80% 가까이 줄었다. 다만 특정 개체를 멸종하는데 오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전자 변형 모기 개발 상용화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 타겟 말라리아 측은 “유전자가 변형된 수컷모기가 자연에서 얼마나 살아남고 어떻게 개체 수를 퍼뜨리는지 관찰해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다음 우주계획 결정= NASA는 오는 7월 ‘뉴 프론티어 프로그램’(New Frontiers program)의 다음 단계 미션이 결정될 계획이다. NASA는 두 탐사지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표면을 반자동 쿼드콥터 드론인 ‘드래곤플라이’로 관찰하는 임무다. 타이탄 표면에 있는 액체 형태로 된 메탄의 강과 호수를 탐사해 생명의 단서를 찾게 된다. 다른 하나는 혜성에 우주선을 보내 가스와 얼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케사르’ 임무다. 지구에서 5억1000㎞ 떨어져 있는 혜성 추류모프 게라시멘코에서 샘플을 회수해 혜성이 초기 지구에 전달했을 것으로 예측되는 물과 유기 화합물 등의 기원을 밝히는 게 목표다. 2014년 유럽우주기구(ESA)가 발사한 로제타 탐사선이 이 혜성의 착륙에 실패해 임무를 마치지 못한 전적이 있다.

NASA의 새로운 행성 탐사 계획 ‘뉴 프론티어 프로그램’ [미국 항공우주국]

▶생물다양성 보고서 발간= 3년 동안 240만달러(약 27억원)가 투입된 지구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보고서가 5월에 발표된다. 생물 종의 멸종과 해양 보호 구역의 범위에서 이뤄진 50년여년의 추세가 담길 예정이다. 이로써 생물의 다양성 보존에 대한 국제적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얼마나 많은 국가가 기준에 떨어지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후원하에 50개국의 전문가들이 그간의 연구결과와 정부 데이터에 대해 검토했다. 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차세대 생물 다양성 목표를 세우겠다는 의도다.


▶중국과학자들의 생명윤리 논쟁= 지난해 11월 허젠쿠이 중국난방과기대 교수는 유전자를 편집한 쌍둥이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전 세계가 생명윤리 문제를 지적하며 비난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모두 받아들이는 윤리적 지침은 ‘생식세포계열은 건드리지 않는다’이기 때문이다. 세계 국가 대부분은 인간 유전자 편집이 금지돼 있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중국이 2003년 이후로 개정한 적 없는 생명윤리법과 규제를 전면 개정할지, 허젠쿠이 교수가 정말 중국 당국의 제재를 받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로 DNA를 교정한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한 허젠쿠이 중국남방과기대 교수 [AP 연합뉴스]

▶과학 샘플 반납운동 추진= 서구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수집한 뼈와 문화재가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 샘플 약탈이 진행되고 수세기가 지난 최근에서야 서구 국가들의 문화재 약탈을 끝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식민지 통치 기간동안 약탈한 문화재를 전부 반환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고 환수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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