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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기획 2019-富의 장벽 높이는 서울] 4년전 순간선택이 10억을 좌우했다
2014년 ‘초이노믹스’ 그 후

강남 6억뛸때 경기 7000만원 올라
부동산으로 자산격차 최대10억
수도권 주민 서울입성 ‘멀어진 꿈’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김수일(가명ㆍ37)씨는 2014년 8월 송파구 ‘잠실엘스’ 59㎡(이하 전용면적)를 7억원에 샀다. 결혼 후 2년 만에 마련한 신혼집이었다. 아내가 지금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며 적극적이었다. 전세금에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보탰다. 지금 14억원 전후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민석(가명ㆍ36)씨는 2014년 4월 다산신도시 L아파트 84㎡를 3억1000만원에 분양받았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 출퇴근이 편리한 점을 고려해 청약을 넣어 당첨됐다. 올 초 입주한 이 아파트는 최근 4억원 정도에 거래된다.

김 씨와 이 씨는 2013년까지만 해도 자산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10억원이나 벌어졌다. 이 씨의 16년치 연봉이다. 지난 3~4년간 서울 집값 폭등은 이처럼 ‘순간의 선택이 10억을 좌우하는’ 결과를 낳았다. 출신대학이나 직장 차이가 아닌 부동산에 대한 선택으로 인생이 엇갈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서울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 가격)은 6억8866만원이다. 5년 전인 2013년 11월(4억5155만원)보다 2억3710만원 올랐다. 특히 강남권 상승폭은 상상 이상이다. 강남구 중위 아파트 가격은 2018년 11월 14억1250만원으로 6억3750만원이나 폭등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2억4576만원에서 3억1935만원으로, 인천은 1억9339만원에서 2억4438만원으로 오르는데 그쳤다. ▶관련기사 2·3·4·22면

▶서울 집값 폭등이 부른 희비극=직장인 정모(45) 씨는 2015년 봄 송파구 잠실 리센츠 84㎡를 9억3000만원에 샀다. 지금이 아니면 못살 것 같아 과감히 질렀다. 3년 사이 18억원까지 올랐다.

정 씨는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도 했지만 조금 무리했던 게 이 정도 대박이 될진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정 씨의 거래처 지인인 손모(45) 씨는 반대의 경우다. 2년 전인 2017년 1월 20년 가까이 살던 반포주공1단지 107㎡를 21억원에 팔았다.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했었다. 손 씨는 반포에 10억원짜리 전세를 살면서 남은 돈은 판교 상가에 투자했다. 지금 그 때 판 아파트는 45억원을 호가한다.

손 씨는 “순간의 선택으로 20억원을 날렸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증에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5년 사이 이런 희비극은 곳곳에서 속출했다.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기부양을 위한 ’초이노믹스‘를 펼치며 대출을 통해 쉽게 집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무수한 부동산 ‘로또’ 신화로 이어졌다. 무리해서라도 서울에 집을 마련한 이들은 줄줄이 자산가치 10억원이상 부자대열에 들었다. 반면 수준에 맞는 집을 고수한 이들은 이제 서울에서 내집 마련의 꿈도 꾸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수도권 2000만의 ‘넘사벽’ 서울 167만채=직장인 박모(48) 씨는 요즘 4년 전 놓친 기회가 아쉬워 울화통이 치민다. 2014년 가을 당시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84㎡를 7억원에 사라는 제안을 받고, 전문가 상담까지 받았다. 당시 살던 3억3000만원의 남양주 덕소 아파트를 팔고 대출을 활용하면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집값 하락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 2018년 12월말 박 씨의 덕소 집은 여전히 3억3000만원이다.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84㎡ 실거래가는 16억원 전후다.

박 씨는 “몇년 전까지 조금만 더 모아 서울 집을 살 계획을 세웠으나 이제는 꿈을 접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도심 중산층(3분위) 가구가 서울 중간대(3분위) 가격의 주택을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3.4년을 모아야 한다. 2014년만 해도 8.8년이 걸렸다. 중산층이 상위 20%(5분위) 가격인 강남권 주택을 넘보려면 33.3년을 저축해야 한다. 2014년엔 19.6년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엔 287만채(아파트 167만채)의 주택에 974만명이 살고 있다. 자가보유율은 48%다. 468만명의 서울 임대 거주자와 1285만명의 경기도, 293만명의 인천 주민에게 서울 주택은 점점 더 ‘그들만의 성’이 되고 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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