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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 하늘을 나는 차 ‘치티 치티 뱅 뱅’을 현실로
‘치티 치티 뱅 뱅(Chitty Chitty Bang Bang)’ 우리에겐 유명 가수의 노래로 더 익숙하지만 1968년 영국에서 개봉한 뮤지컬 영화 제목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악당들에게 납치된 아이들을 구출하는 내용으로 개봉 당시 관객들을 환상 속으로 몰아가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영화 속 ‘치티 치티 뱅 뱅’과 같이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20세기 여객기의 등장으로 장거리 비행이 보편화되긴 했지만, 항공기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도심 교통체증까지 해소하지는 못했다. 이는 목적지까지 더 빠르게 이동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며 도심에서 비행이 가능한 개인 항공기의 연구로 이어졌다. 현재 세계 각국은 비행기와 자동차가 결합된 형태의 플라잉카와 드론을 빼닮은 수직이착륙형 개인 비행기 등 120여개의 다양한 항공교통 모델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개인 항공기로 이동할 경우 혼잡시간을 기준으로 평균 40% 이상 시간단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100여억 원에 달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항공 선진국들은 미래 교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미국 항공우주국과 우버는 2030년 경이면 이 같은 비행체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3% 정도(연간 25만 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3년경 시범비행, 2030년경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기술은 분산전기추진, 자율비행기술 등 핵심기술에서 선진국의 60~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심 내에서 개인 항공기를 운영하기 위한 제도 및 인프라 구축 등도 항공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다.

앞으로 우리가 아직 개척되지 않은 항공기술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우리만의 연구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 않고 산악지역도 많다. 또한, 공역의 88% 정도를 군과 민간항공로로 사용하고 있어 시험비행을 할 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다. 더욱이 새로운 형태의 비행 장치는 적용 가능한 기술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험비행 허가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새로운 비행체의 상용화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시험을 위해 ‘시험비행 허가기준’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개발 중인 비행체의 안전성을 새로 제정된 기준에 따라 항공분야 전문가들의 면밀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결과에 따라 조종자와 주변인의 안전을 위한 비상착륙기능, 낙하산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험비행은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에서 실시하고 지상시험과 저고도 비행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면 고고도 비행도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국내 기술 수준을 감안하여 자체중량이 150kg 이하인 비행체에 한해 시험비행을 허용하였다. 하지만 향후에는 시험비행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중·대형기체까지도 시험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로써 그간 대형연구기관 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항공분야 연구개발에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학계, 새싹기업 등의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곧 그동안 비싼 값을 지급하며 사용하던 미국과 유럽의 항공기술을 빠르게 따라잡고 항공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항공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개발자들의 자발적인 안전기준과 절차 준수가 함께할 때 우리의 꿈은 실현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비행장치 ‘시험비행 허가기준’은 항공기술 선도국이 되기 위한 씨앗이다.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 씨앗이 하루빨리 싹트고 무럭무럭 자라나 우리의 푸른 하늘을 마음껏 비행할 수 있는 시대에 성큼 다가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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