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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16분 화재에 2명 사망”…소방 사각지대 ‘집창촌’
-서울 강동구 집창촌 화재…“2명 사망, 2명 위독”
-복잡한 구조ㆍ소방시설 부재에 인명피해 커져
-경찰, 소방당국과 24일 2차 합동감식 진행

[사진=강동소방서 제공]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재개발로 철거를 앞둔 집창촌 건물에 불이 나며 2명이 숨졌다. 화재는 16분 만에 진화됐지만, 인명피해는 컸다. 건물 안에는 별다른 소방시설조차 없었고,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해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1시4분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2층짜리 성매매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층에서 일어난 불은 순식간에 2층으로 번졌다. 불은 화재 16분 만인 오전 11시20분께 진화됐고, 구조대는 2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여성 6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의 빠른 대처에도 인명피해는 피할 수 없었다. 연기를 들이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된 업소 주인 박모(50ㆍ여) 씨가 숨졌고, 뒤이어 치료를 받던 최모(46ㆍ여) 씨가 숨졌다. 다른 부상자 2명도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화재에도 이처럼 인명 피해가 컸던 데에는 ‘낡은 건물’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불이 난 건물은 지난 1968년에 지어져 오는 25일 철거가 예정돼 있었다.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건물이다 보니 안에는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없었다.

복잡한 건물 구조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성매매 업소로 이용되던 건물은 1층에 3개, 2층에는 6개의 방이 복잡하게 붙어 있었다. 좁은 복도에 복잡한 내부 구조는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는 죽음의미로로 변했다. 게다가 방향을 안내하는 비상등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비상문도 없어 사고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2층 창문마다 설치된 쇠창살도 화재 상황에서는 탈출에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건물 2층은 창문이 아예 막혀 있거나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다. A(27ㆍ여) 씨 역시 밖에 있던 소방관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집창촌은 예전부터 주요 화재 안전 취약 지역으로 꼽혀왔다. 현재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전국적으로 22곳으로 대부분 노후화된 건물과 소방시설 미비로 화재에 취약한 상황이다. 이번에 화재가 난 지역도 재개발이 예정돼 223세대 중 205세대가 이미 떠난 상황이었다. 성매매 업소를 제외한 대부분 세대가 떠난 데다가 철거까지 예정돼 주변 누구도 건물 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40명 규모의 전담팀을 편성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동경찰서는 24일 오전부터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기관과 함께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지난 1차 감식에서 경찰은 1층에서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연탄 난로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건물의 건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며 “화재 피해자에 대해서는 전담 경찰관을 지정해 여성단체와 함께 피해회복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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