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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권 흥망성쇠①] 낙원상가 옆 ‘극과 극’ 상권…활기잃은 인사동 vs SNS 성지된 익선동
4일 익선동 골목길. 중년부부가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kacew@heraldcorp.com
4일 익선동 골목길.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야외에서 고기를 굽는 모습. kacew@heraldcorp.com

-임대료ㆍ업종제한 등 인사동 유동인구 감소
-익선동은 다양성 등 승부…중년층도 발길
-‘상가 권리금 1억’ 등 젠트리피케이션 논란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낙원동 악기상가를 중심으로 갈라진 서울 종로구 익선동과 인사동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920년대 후반 도시형 한옥 마을으로 개발된 익선동은 전 연령대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지만, 인접한 인사동 거리엔 발길이 끊겨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중장년층조차 ‘전통’ 노포 위주인 인사동보다 최근 유행을 반영한 익선동을 선호하는 추세지만, 임대료 상승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SNS 성지가 된 익선동에는 4일 오후 역시 젊은층과 5060세대까지 연령대를 막론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날 익선동 골목에선 손잡고 데이트에 나선 젊은 연인 뿐 아니라 중년부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옛날 감성을 재현한 오락실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중년 부부가 나란히 앉아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아내와 저녁 데이트에 나섰다는 서주현(54) 씨는 “골목골목 다니니까 옛 생각난다”며 “오락실 게임이 나이 먹고 해도 재밌다”고 웃었다. 서 씨 일행은 골목 하나하나가 흥미롭다는 듯 찬찬히 걸었다.

익선동은 젊은 세대에게 환영받는 SNS 상권답지 않게 중년층까지 두루 방문한다는 게 특징이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익선동 유동인구의 연령별 비율은 60대 이상이 20.8%로 가장 많고 그 뒤를 30대 20.3%, 20대 18%, 40대 20.1%, 50대 17.6% 순으로 뒤따른다.

반면 같은 날 인사동거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리를 제외하면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적은 모습이었다. 거리를 걷는 한국인 대다수가 종종 걸음으로 거리를 가로질렀다. 가게 앞 좌판을 눈여겨보는 행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사동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모(67) 씨가 “이건 떡! 맛있어요”라며 외국인 관광객 한두명을 붙잡고 호객행위를 해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김 씨는 “외국인 붙잡고 파는 게 그나마 낫다”며 “한국 사람들은 멈추지도 않고 지나친다”고 한숨 쉬었다.

4일 한산한 인사동 거리의 모습. kacew@heraldcorp.com

익선동과 인사동의 희비를 가른 것은 임대료 차이와 ‘먹거리’ 상권의 다양성으로 꼽혔다.

대학생 이모(25) 씨는 “(익선동에) 오면서 인사동도 들렀지만 먹을 게 마땅치 않아서 금방 나왔다”며 “집밥도 잘 안 먹을 정도로 입맛이 바뀌다보니 한식과 전통 차 위주인 인사동엔 발길이 머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사동은 자구책으로 ’전통문화 지킴이’ 사업을 시행해 금지업종 진입을 막고 있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터키 아이스크림 등 국적불명의 음식판매 등을 단속하고 인사동만의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서였지만, 먹거리 상권에 민감하고 한식 선호도가 낮은 젊은층에겐 소구력이 떨어졌다. 설상가상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하에 버티던 상점들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줄줄이 문을 닫으며 거리 자체가 활력을 잃었다.

인근 직장인 조모(29) 씨는 “요즘엔 누구를 만나도 ‘먹는 게 반’ 아니냐”며 “모퉁이를 돌 때마다 익숙한 고기집부터 한옥 카페, 이국적인 펍까지 다양한 먹을거리가 많은 곳에 사람이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새 서울 명소 익선동의 운명은 임대료 상승이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네 터줏대감들이 상권을 띄워놓고 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쫓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버텨내지 못하면 인사동과 마찬가지로 상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익선동은 지난 2015~2016년 1년 새 임대료가 15%가량 상승했다. 현재 시세는 2018년 10월 기준 시세는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임대료 120만~150만원 선이다. 임차수요가 몰리면서 한옥마을 골목 내 상가는 권리금 1억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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