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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인생-①세대별 아우성] 교육비에 치솟는 집값까지…은행에 저당잡힌 ‘대한민국의 허리’ 4050

-40대 지출 ‘자녀 교육비’ 19%로 ‘최다’
-“대학까지 4억들어…투잡 뛰어도 안돼”
-대출금에 부모 부양 “노후 준비는 언제…”

[헤럴드경제=사회팀]#.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김현철(45) 씨는 며칠 전 아내와 아이 교육비에 대해서 대화를 하다가 숨이 턱 막혔다. 고등학교 1학년 딸아이 과외와 학원비도 100만원이 훌쩍 넘는데, 중학교 2학년 아들이 뒤늦게 외고를 가고 싶다고 해 입시전문학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종합학원 한달 학원비가 50만원이 넘었고 제2외국어를 배우려면 개인 과외까지 해야 하니 학원비는 만만치 않았다. 서서히 은퇴 이후에 대한 계획도 염두에 둬야하는 김 씨로서는 고민이 깊어졌다. 김 씨는 “노후 자금도 모아야 하는데 아이들 교육비 지출이 커 쉽지 않다”면서 “애들 대학까지 보내고 나면 노후준비는 언제 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4050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2030대에 비해 소득이 많은만큼 본격적으로 노후를 준비 해야 하는 시기지만 자녀 교육비와 집 대출금, 부모 부양 등으로 나가는 돈은 오히려 더 많은 상황이다.

4050대의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녀의 ‘교육비’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 에 따르면 40대는 지출 항목 중 교육비 비중이 18.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녀 교육비가 부담되지만 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자녀에게 ‘자신보다 좋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큰 재산을 물려주기 어렵다면 적어도 교육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민(52) 씨는 “아들이 나중에 전문직 종사자가 된다면 나처럼 어렵게 회사 다니고 장사하면서 고생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좋은 대학 나와도 사는 게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는 하나 그래도 최대한 지원을 해야 나중에 부모를 원망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교육비를 줄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자녀 교육비 문제는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는 50대까지 지속되지만 소득 증가율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지난해 자녀 1명이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22년간 들어간 양육비를 추산한 결과 3억9670만원에 달했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3억896만원이었던 것보다 28.4%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0대 가구주(2인 이상)의 ‘처분가능소득’은 393만4000원으로 2015년(392만4000원)에 비해 0.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금ㆍ공적연금ㆍ사회보험 등 불가피한 지출을 빼고 가계가 소비에 쓸 수 있는 실질적인 소득이 4년간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의미다. 노후 준비는 그림의떡이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통합은퇴준비지수(MIRRI)를 개발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준비 정도를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62.22점에 그쳤다. 특히 재정부문은 52.6점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득을 늘리기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을 뛰거나, 전업주부들도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경우도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중학생, 고등학생 딸 두 명을 키우고 있는 윤모(49) 씨는 최근 마트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시작했다. 몇 년 전 갑상선 암 수술을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만 했지만, 큰 아이의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게 됐다. 윤 씨는 “남편이 은퇴를 앞두고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니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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