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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인생-①세대별 아우성] 학자금ㆍ생활비 대출 ‘족쇄’…빚 내서 빚 갚는 20대
[사진=게티이미지]

-명문대 졸업해 직장 취업해도…“서울서 독립은 꿈”
-취업 후 학자금 대출 못 갚는 청춘, 지난해 처음 증가
-돈없어 월세인데…전세보다 주거비 두배 지출 ‘수렁’

[헤럴드경제=사회팀] “‘좋은 곳 갔다’는 축하받고 취업했지만…매달 나가는 학자금 대출ㆍ월세보면 독립은 엄두도 안 나요.”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 층의 ‘근로 빈곤’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대학때 빚진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은 족쇄로 남아 20대의 독립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평균 이상의 사회초년생에게조차 홀로서기가 ‘남의 일’인 지경이 돼버렸다.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들은 입사 후 2~3년 이상 학자금 대출에 발목이 묶여 독립할 엄두도 못낸다고 하소연한다.

명문대 졸업후 만 3년차 회사 생활 중인 A모(28ㆍ여) 씨는 매월 학자금대출 상환으로만 80만원을 내야한다. A씨는 “취업만 되면 두려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빚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독립은 언감생심이라는 A씨의 월소득은 ‘영혼까지 끌어모으면’ 월 300만원대다. 또래에 비해 나은 형편임에도 독립할 엄두는 전혀 내지 못한다.

A씨는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상환액이 월세 비용과 맞먹기 때문에 나가 살 생각을 못한다”며 “온전히 내 돈으로 전세를 얻으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한숨쉬었다. “서울에서 독립하는 예산은 2억으로 잡고 있는데, 대출을 끼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도 향후 5년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전국 60만 수험생 중 1% 안에 들었다. 1% 중에서도 0.5% 안에 들어야 입학할 수 있는 학교를 졸업해 적지 않은 월소득을 받는 평균이상의 직장인이다.

평균적인 직장인조차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동안, 저소득 청년들의 삶은 더욱 악화됐다. 청년층의 미래소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취업 후 학자금’ 대출 미상환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상승했다. 학자금은 취업 후 일정 기준 이상 소득이 생기면 조금씩 갚는 대출제도다.


29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취업 후 학자금’ 의무 상환대상 1793억9000만원 중 8.1%인 145억3000만원이 상환되지 못했다. 지난해 미상환율은 앞서 7.3%를 기록한 전년보다 0.8%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같은 상승세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2년 후 처음이다.

지방에서 상경해 만년 월세살이로 주거비용을 지출하는 청년층의 삶은 더욱 고달프다.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B모(30) 씨는 10년째 월세살이 중이다. B 씨가 지난 10년간 주거비용으로 지출한 월세 액수는 대학 등록금을 넘어섰다. B 씨는 “학자금 대출은 받지 않았지만 그게 다 부모님께 진 빚이 아니겠냐”고 한숨쉬었다.

주위에선 ‘대출받아 전세로 옮기라’며 한달 월세를 20~30만원은 아낄 수 있다고 추천하지만 역세권 원룸은 전세를 찾아보기 어렵고 있어도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는 “가격이 괜찮은 전세는 역세권에서 벗어나 아침잠을 20~30분 줄여야 하는데 과중한 업무탓에 아침잠을 줄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청년 1700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독립 거주하는 청년층은 응답자 4명 중 1명 꼴인 22.9%였고, 이들 중 절반(51.0%)이 월세살이다. 자가 거주는 11.0%에 불과했고, 기숙사 19.5%, 전세 13.6%, 기타 거주가 4.8%로 조사됐다.

월세로 독립한 청년 층의 주거비용 부담은 전세의 2배 수준이었다. 월세(하숙·기숙사·임대주택 포함)는 월 31만1000 원, 전세는 15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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