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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케어 스타트업 하려면 전과자 될 각오해야 합니다”

박종일 엠트리케어 대표의 하소연
크라우드 펀딩 통해 기기개발 중
법규 위반으로 100만원 벌금형

원격의료 금지등 후진규제 많아
빅데이터 수백만건 활용도 못해
글로벌기업 75% 한국선 사업불가


“저는 전과 2범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의료기기를 개발하려다 벌금 100만원을 맞았습니다. 광고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합니다.”

스마트체온계를 개발·판매하는 박종일 엠트리케어 대표는 한국 의료규제의 무서운 맛을 봤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에서 개최하는 청년크라우드펀딩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제품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작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박 대표의 사업 모델이 의료기기법 제25조(광고와 심의) 1항을 위반했다며 검찰 고발했다. 서울남부지검에 넘겨진 박 대표는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고 전과자가 됐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를 믿는 박 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고 사업을 이어가며 스마트체온계를 통해 빅데이터 600만건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규제가 무서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전 세계 7조5000억달러가 의료비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톱100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63개 기업(누적 투자액 기준 75%)는 한국에서 온전한 사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디캠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삼정KPMG 공동 ‘스타트업코리아 2018 디지털헬스케어’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에 제한을 받는 스타트업 중 44%는 의사-환자의 원격의료 금지로 인해, 24%는 소비자 직접 의뢰(Direct-to-consumer; 이하 DTC) 유전자검사 항목을 제한하는 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힌다. 7%는 데이터 관련 규제로 인해 진입이 제한된다.

원격의료 금지, DTC 유전자검사 항목 제한, 데이터 관련 규제가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으로부터 도태되고 있다. 원격의료부터 살펴보면, 해외는 원격협진부터 원격모니터링, 원격조제까지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반면 2015년 원격모니터링은 의료법을 어기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이 있지만 반대여론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부정맥 환자에게 이식하는 삽입형 제세동기는 환자의 심장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모니터링 기능을 차단한 채 사용해야 한다.

DTC 유전자항목 규제의 경우,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처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 고위험 유전자(BRCA1, 2) 변이를 확인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절제 수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탈모, 체질량 지수 등 질병과 연관성이 낮은 12개의 웰니스 항목으로 한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DTC 유전자 검사 기업들은 애초에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거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DTC 스타트업은 타액으로 4000여 개의 희귀질환을 한번에 진단하는 상품을 개발했지만 미국에 먼저 진출했다. 데이터의 경우, 한국은 90%가 넘는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보급률과 세계 1위 스마트폰 보급률 등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상 강력한 사전동의 규제와 의료기관 간 의료정보 교류율이 1%에 불과한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X레이를 새로 찍거나 CD로 옮겨 가져가고, 처방전을 종이로 출력해 들고 다녀야 하는 이유다.

신기술을 개발해도 심사에 500일가량이나 걸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심사는 식약처의 의료기기 인허가(80일), NECA(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250일),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수가통제(150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윤섭 DHP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정말 중요하다고 정부가 생각하는지 의문을 품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많이 있다. 여러 스테이크 홀더들 간의 이해관계를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 풀어가고 디테일한 부분의 협력이 더욱 중요한 때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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