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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스파르타’라 쓰고 ‘고구려 무사’라 읽다…근본없는 육군 300워리어 선발행사
-육군, 최정예전투원 300명 선발중…치열한 경쟁끝에 246명 선발완료

-“최정예전투원 선발, 영화 ‘300’에서 착안”…근본없는 취지, 낯뜨거움 불러

-정작 선발된 전투원엔 ‘고구려 개마무사’ 휘장 증정…갑자기 고구려 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육군이 진행중인 최정예전투원 300명 선발 행사가 영화 ‘300’에서 착안된 것으로 확인돼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 육군의 최정예전투원 선발 근거가 저 멀리 그리스의 역사 속 스파르타군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아니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스파르타군의 한 전투를 최대한 극적으로 그린 영화 ‘300’이 모티브라는 얘기다.

우리 조상인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의 수많은 뛰어난 군인들께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이런 광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더욱 당황스러운 점은 육군이 영화 ‘300’을 모티브로 최정예전투원을 선발해 놓고도 정작 선발된 300명에게는 ‘고구려 개마무사’를 형상화한 휘장을 지급한다는 사실이다.

행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근본 없는 아이디어가 난무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낯이 뜨거울 정도다. ’왜‘라는 의문은 곧 실소로 이어진다.

‘고구려 개마무사’ 휘장이 지급되는 이유는 딱히 없다. 다만, 이 행사를 기획한 육군 수뇌부의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재치 수준을 감안한다면 최근 고구려 양만춘 장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행한 영화 ‘안시성’에서 모티브를 따오지 않았을까 정도로 추측해볼 수 있다.

육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휘장은 무적의 전투력을 의미하는 고구려 ‘개마무사’의 투구와 갑옷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굳이 ‘왜?’라고 묻는다면 ‘무적의 전투력을 의미’ 정도가 육군의 공식 답변에 해당한다.

▶육군 “최정예전투원 300명 선발은 영화 ‘300’에서 착안”=육군 관계자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최정예전투원 300명 선발행사에 대해 “영화 ‘300’을 본따 최정예전투원 300명을 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 ‘300’에 나오는 스파르타 군인들 이야기를 본딴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왜 스파르타 군인을 본딴 것이냐’는 질문에는 “땅에서 싸워서”라고 답했다.

스파르타 군인들도 ‘땅에서 싸우고’, 우리 육군 최정예전투원들도 ‘땅에서 싸운다’는 얘기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보는 이들의 낯은 더욱 뜨거워진다.

육군이니 땅에서 싸우는 모든 것들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인데, 이는 곧 세상 모든 것을 다 갖다붙여도 문제 없다는 육군 수뇌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답변은 육군이 이 행사의 근본 없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해석되게 마련이다.

최정예전투원 선발 행사란 군인들에게 목숨과 같은 명예가 달린 행사다. 군의 기강과 장병 개개인의 태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사다. 이런 행사의 근거와 연원을 가볍게 고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행태가 ‘여기가 아닌가벼~’로 대변되는 군 수뇌부의 자질 부족과 무개념을 드러내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군 수뇌부는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행사를 추진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군 장병 개개인은 예상 외로 아주 무겁게 여길 수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해 최정예전투원 300명에 선발된 장병들은 매 고비고비마다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그러나 ‘최정예전투원이 도대체 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영화 ‘300’이 나온다면 선발된 최정예전투원 300명의 자부심은 곧 자괴감이 될 수도 있다.

한 6.25 전쟁 참전용사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휴전회담이 열리던 기간 매일매일 고지전을 벌이며 사투를 벌였던 기간을 회상하며 ‘매일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일선 부대에서 희생당하는 장병들은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뒤늦은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군 상부의 작은 판단 하나가 수많은 장병들의 목숨과 맞바꿔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군 수뇌부의 작은 판단, 일선부대 장병들에겐 목숨 걸려=육군은 지난 23일 보도자료에서 최정예전투원 300명을 선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46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54명은 연말까지 선발할 계획이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23일 당일 충남 계룡대 무궁화회관에서 최정예전투원 300명에 대한 시상식을 개최했다.

김 총장은 선발된 246명에게 황금색 베레모를 직접 씌워주는 등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김용우 총장은 이 자리에서 “최정예 300전투원은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최고의 영예”라며 “여러분은 최고의 전투원으로서 육군 전체에 전사적 기풍을 확산시켜 전사가 존경, 인정받는 육군 문화가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고구려 개마무사 휘장 [사진=육군]


황금색 베레모에 새겨진 고구려 개마무사 휘장 [사진=육군]

아울러 육군은 “이들 최정예 전사에게 수여된 베레모는 해당 분야의 최고 실력자를 의미하는 황금색을 입혔고, 개인별 이름을 새겨 자신이 육군 최고의 워리어라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면서 “황금색 베레모는 실제 착용하지는 않고 기념 및 소장용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이어 “휘장은 무적의 전투력을 의미하는 고구려 개마무사의 투구와 갑옷을 형상화했다. 포제(직물로 만든 휘장)는 전투복에, 금속제(금속 휘장)는 정복과 근무복에 각각 부착한다”고 덧붙였다.

명예의 핵심인 황금색 베레모 정중앙에는 고구려 개마무사 휘장이 부착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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