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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상장사 실적 기대감 ‘세계 최저치’
주당순이익 지난달보다 4.2% 감소
조정폭 세계·亞 평균의 2~3배 커
3개월기준 이익수정비율도 -27.8%
전문가들 “적극 매수시점 아니다”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지난주 마무리된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의 향후 실적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이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이 꺾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개월 내 이익이 하향 조정된 기업은 상향 조정된 기업보다 30% 가까이 더 많았고, 올해 및 내년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에 대한 전망치 역시 최근 한 달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가장 많이 하향 조정됐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로 자금이 쏟아진 덕에 모처럼 주요 선진국 대비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기업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20일 미국의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2개월 선행 기준 코스피 주당순이익(순이익/주식 수)은 1개월 전과 비교해 약 4.2% 감소했다. 올해 및 내년 실적 전망치를 일정 비율대로 반영해 계산한 이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은 향후 실적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이 꺾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코스피의 EPS 하향조정 폭은 전세계 평균(-1.5%) 및 아시아 평균(-1.7%)보다 2~3배 컸다. 이 폭이 마이너스(-) 4%를 넘어선 것은 전세계 주요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증시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은 이익수정비율(ERR)로도 확인할 수 있다. 코스피의 최근 3개월 기준 ERR은 -27.8%에 달해, 지역별로 가장 큰 폭을 나타낸 아시아 평균값(-14.3%)보다 2배 가까이 컸다. ERR이란 특정기간 내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된 기업과 상향조정된 기업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를 살펴보는 수치로, 하향조정된 기업이 더 많을수록 마이너스 폭이 커진다. 즉 최근 3개월 내 코스피 상장사 중,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이익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곳이 상향조정한 곳보다 27.8% 더 많다는 얘기다.

코스피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전 세계 최대’라는 것은 3분기 실적 공시가 마무리된 시기에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주 한국거래소 및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34개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9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순이익 증가율(누적 기준)이 33.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꺾였고, 그나마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6.4% 감소했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향후 실적 기대감이, 부진한 확정 실적에 의해 다시 한 번 고꾸라졌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장밋빛 전망을 내놓던 증권업계마저도 기업 펀더멘탈에 대한 기대감을 차츰 접는 모습이다. SK증권은 ▷글로벌 증시 대비 코스피 수익률 개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정지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바이오 업종 강세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부각 등 최근 상황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기대감’의 변화와 ‘펀더멘탈’의 변화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나타난 긍정적 변화들은 기업이익과 무관하고, 관련될 수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펀더멘탈의 개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코스피 기업 중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값)가 있으면서 실적 발표도 완료한 240개 기업의 3분기 순이익은 36조5600억원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를 11.9% 하회했다”며 “컨센서스가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현 수준의 지수 수준은 적정수준이다. 시장을 적극적으로 매수할 시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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