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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회담 취소…“北, 트럼프 면담 원했다”
美대통령 출장 이유 확답안줘
접견요청 거절에 취소한 정황
美 ‘다운톱’ 방식 협상틀 추구
北은 친서 통한 빅딜 의도인듯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가 관철되지 않자 8일(현지시간) 예정이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정황이 포착됐다.

복수의 한국ㆍ미국ㆍ중국 소식통은 8일 “북측이 미측에 김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미측에서 확답을 줄 수 없었다”며 이후 북한이 ‘회담 준비가 안됐다’면서 연기의사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출장들 때문에 그것(북미 고위급 회담 일정)을 바꾸려고 한다”며 “다른 날에 그것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외부 일정상의 이유로 조정됐다는 뜻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일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하기 위해 오는 9일께 출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 이유에 대해 “일정은 항상 바뀐다”며 “순전히 일정을 재조정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의 베이징발 뉴욕행 항공편은 지난 6~7일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예약과 취소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소식통은 “북측에서 별다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준비가 덜 됐다’며 연기의사를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해왔으나 출장 일정으로 잡을 수 없었다”고 했다.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강하게 요구한 배경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라는 ‘빅딜’을 성사시키고자 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분리시켜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8월 대변인 담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해 일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조선(대북) 제재 압박 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의제조율 및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고위급 회담이 취소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짓기를 희망하는데, 현 상황에서 김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도 의제나 일정에 대한 합의를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측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정상 중심의 ‘톱다운’ 협상틀에서 벗어나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구체적 협의가 이뤄진 뒤 정상간 합의를 추진하는 ‘다운톱’ 협상틀을 추구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스티브 비건 신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전폭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특히 이번 회담에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동행한다면 실무협상을 통해 ‘핵 신고리스트ㆍ검증’을 요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외교소식통은 “핵 시설ㆍ물질 목록이 없으면 검증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핵물질ㆍ시설 신고리스트’가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은 자체적인 비핵화 조처를 시작한 만큼 제재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방문해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9월 평양 남북공동선언에서도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어야 영변핵시설을 폐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를 것 없다”며 “나는 제재들을 해제하고 싶다. 그러나 그들(북한) 역시 부응해야 한다. 쌍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mu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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