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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신성일, 마지막까지 영화만을 사랑했던 ‘맨발의 靑春’
[사진=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년)은 신성일 엄앵란 시대의 두 스타가 만나 결혼까지 이어진 운명의 작품이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한국의 원조 꽃미남 배우 신성일(본명 강신성일)이 3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故) 신성일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전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항암 치료에 힘써왔다. 하지만 최근 감기에 걸린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최근에도 배우 김수미와 함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불과 한달 전인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하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여왔다. 고인은 지난해 폐암 발병 사실이 확인된 후에도 “내 몸에서 암세포를 모두 다 내쳐버리겠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하며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었다.

[사진=이만희 감독의 영화 ‘만추’에서 열연하는 신성일]
신성일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이장호 감독과 배우 안성기와 함께 영화 ‘소확행’을 제작할 계획을 세워놓았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착이 컸다. 그는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잔인하게 복수하는 내용이 아닌, 따뜻하고 애정이 넘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957년 신상옥 감독의 신필름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전속배우가 된 고인은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후 1960~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풍미한 스타였다. 그가 출연했던 작품만도 524편이고, 주연을 맡은 영화는 무려 507개다.

‘한국의 알랭드롱’으로 불리는 신성일은 잘생긴 외모와 완벽한 몸 관리로 오랜 기간 주연을 할 수 있었다. 80세가 되어도 슈트를 입으면 멋진 배우 모습이 나왔다.

[사진=‘나는 신성일이다’.그는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에서 자존심 하나로 평생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500여편에 출연하며 청춘을 울고 웃게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로서, 그는 자신의 품격을 끝가지 지키고자 했다.]
멜로물의 여배우들은 계속 세대교체됐지만 상대 역인 남자는 오랫동안 신성일이 맡았다. 20살 연하의 장미희와 연기했던 ‘겨울여자’(1977)때 신성일은 이미 41세였다.

고인은 1964년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으로 톱스타가 됐다. ‘떠날 때는 말 없이’(1964), ‘불타는 청춘’(1966), ‘춘향전’(1968), ‘별들의 고향’(1974), ‘겨울 여자’(1977년) 등 무수히 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2013년 ‘야관문’에 주연으로 출연한 게 마지막 작품이 됐다. 또한 ‘연애교실’(1971),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1991)등은 제작이나 감독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고인은 ‘맨발의 청춘’에서 잘 생긴 반항아 이미지로 아이콘이 됐다. 불량스럽지만 젊은이의 고뇌가 묻어있어 결코 밉지 않은 이미지로 ‘국민배우’의 타이틀을 얻었다. 밀수를 하던 폭력배 서두수가 불우하게 살다 비극적 최후를 마치는 모습에 당시 대중은 열광했다. 고인은 하얀 얼굴에 스포츠 머리로 출연해 전국에 스포츠 헤어스타일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신성일은 당시 최고의 여배우이자 영화 ‘로맨스빠빠’에서 만난 엄앵란과 1964년 화려한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10월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신성일은 관객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연합뉴스]

고인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에서 한 여배우와의 사랑을 고백하면서 대중에게 비난을 받은 적도 있지만, 끝까지 엄앵란과의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자유인으로, 또 로맨티스트로 살았다.

엄앵란은 “남편은 대문밖 남자였다. 그래도 나의 영원한 남편이다. 우리는 동지였다”면서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만 생각했고, 죽어가면서도 영화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항상 남편을 영화 발전을 이끈 존경하는 배우로 생각하며 55년을 함께 살았다고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6일이다. 장지는 고인이 직접 지어 살았던 경북 영천에 있는 성일각이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거행된다. 빈소에는 신영균, 안성기, 최불암, 이순재, 박상원 등 선후배 배우들과 영화인들의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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