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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험보다 물건살 때 더 행복느낄 수 있어”
- UNIST 경영학부 이채호 교수, 사회계층에 따른 소비 행복감 차이 발표
- 개인 상황에 맞는 소비 추구가 행복요소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물건보다 경험을 사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국내연구진에 의해 도출됐다.

31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영학부 이채호<사진> 교수팀에 의하면 소비행복의 정답은 개인의 부(富)에 따라 달라진다. 형편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은 공연 관람이나 여행처럼 경험과 추억을 사는 ‘경험 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낀다. 하지만 형편이 상대적으로 덜 넉넉한 사람들의 경우 경험보다는 전자기기나 옷 등 물건을 사는 ‘소유 소비’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위계층, 즉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자아의 발견과 향상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는 ‘경험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 반면 하위계층, 즉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아 물질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현명한 소비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은 실용적이고 오래 지속되어 경제적인 ‘소유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

이는 지난 15년간의 소비행복 선행연구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1000명 이상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및 실험조사로 얻은 결론이다. 연구진이 총 23개의 선행연구를 분석한 결과, 사립대 학생이 국공립대 학생보다 경험소비로 더 큰 행복감을 얻는다는 게 드러났다. 미국의 사립대는 국공립대보다 학비가 비싸고 상위 계층 출신 비율이 높으므로 ‘상위 계층일수록 경험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는 연구진의 가설이 지지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어 응답자 개인의 사회계층을 주관적 인식, 객관적 지표, 그리고 ‘소득 변화에 대한 상상’ 등으로 다양하게 살펴 사회계층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스스로를 상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경험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꼈고 스스로를 하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소유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꼈다. 이 결과는 응답자의 사회계층을 소득과 교육수준 등 객관적 지표로 나눠 진행한 후속 실험에서도 비슷했다.
이채호 교수는 “경험이 자아 발견과 향상 등 중요한 행복 요소들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유 역시 실용적, 지속적, 경제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공한다”며 “남들의 조언을 무분별하게 따르기보다 개인 상황에 맞는 소비를 추구하는 게 행복의 총량을 늘릴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 심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심리과학’ 7월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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