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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점 맞고도 1등급 내신걱정”…시험 때마다 학원찾는 학부모
강남에 위치한 ‘내신 관리’ 학원 모습.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내신학원’ 특수…강남학원가 들썩
고가 컨설팅 등 문제…단속 어려워


서울 강남구의 한 종합학원에서 탐구 영역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 김모(31) 씨는 요즘 중간고사 성적표를 보내오는 학부모들을 상담해주느라 저녁에도 쉴 틈이 없다.

발단은 최근 발표된 강남의 한 유명 사립 고등학교의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였다. 한국사 과목을 치른 전교생 250명 중 100점만 17명에 달한 것이다. 통합과학 과목 역시 14명이 100점을 맞았다. 처음 고등학교 성적표를 받아든 학부모들은 “1등급 정원보다 100점 만점자 수가 많은데 우리 아이 내신은 어떡해야 하느냐”며 김 씨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학교에서는 기말고사 문제 난이도를 조정해 해결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을 안심시켰지만, 성적표를 보고 놀란 학부모들은 학원에 “해당 과목 내신을 더 집중적으로 관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김 씨는 “수강생들에게 ‘100점을 맞고도 1등급을 못 받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학부모들이 더 놀라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해가 갈수록 내신이 중요해지다 보니 학부모들 걱정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성적이 발표되면서부터 강남 학원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특히 내신 비중이 높아 시험 한 번에 울고 웃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이를 노린 이른바 ‘내신 전문 학원’도 시험 때마다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강남 학원가 사이에서도 시험 때마다 ‘학생부 컨설팅 학원’은 더 바빠진다. 지난 2014년 ‘학생부 종합전형’이 등장한 이후 컨설팅 학원은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늘어났다. 기존 학원도 내신 관리 강화를 적극 광고하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이 집계한 최근 3년간 학원 수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학원 수가 감소했지만, 유독 강남과 서초 지역에서는 오히려 학원 수가 증가했다. 강남과 서초 지역의 학원 수는 지난 2016년 2월 1622개에서 지난 2월 1682개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서울 전체에서 100개 가까이 학원 수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곡동에서 입시 컨설팅 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지난 대입 개편안 발표를 통해 정시 비율이 20%에서 30%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학생부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내신 시험 결과가 발표될 즈음에 새로 상담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급한 학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해 터무니없는 고가의 컨설팅을 권유하는 학원도 많다. 적게는 10시간에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이 넘는 컨설팅비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학원비 상한선 규정을 피해 단속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컨설팅 학원은 학기 단위나 년단위로 컨설팅비를 받는 식으로 학원비 상한액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다”며 “컨설팅 자체가 불법이 아니다 보니 단속이 이뤄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초중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 1000원으로 나타났다. 총액으로 따지면 18조6000억원으로 지난 2007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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