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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켈 떠나면 트럼프는 누가 막나…균형 붕괴·유럽 혼란 ‘우려’
앙겔라 메르켈(64) 독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기독민주당 지도부 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8년간 유지해온 기민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또 4번째로 맡고 있는 총리직은 최장 2021년 9월까지인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EPA연합뉴스]

“총리직 이번 임기가 마지막” 선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고 기독민주당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유럽 정가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난 13년간 유럽연합(EU)의 실질적 리더로 미국과의 견제·균형을 추구해온 만큼의 그의 퇴장이 국제관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를 대체할 리더십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예상된다.

메르켈 총리는 29일(현지시간) 기민당 지도부에 2021년 9월까지인 이번 총리직 임기까지만 수행한 뒤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05년 총리직에 올랐고,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승리해 네 번째 총리직을 수행 중이다.

이런 결정은 반(反) 난민·극우정서의 확산 속에서 최근 선거 결과와 대연정의 정치적 실책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민당은 전날 헤센주 선거에서 이전 선거보다 11.3%포인트 떨어진 27.0%의 득표율에 그쳤다. 대연정의 소수파트너인 사회민주당도 득표율 19.8%로 10.9%포인트 내렸다. 2주 전 바이에른주 선거에서는 기민당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이 참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놀라운 불출마 결정은 메르켈이 EU회원국 중 최장 집권 정부 수반으로서 받고있는 압박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2021년까지로 시한을 못 박았지만, 더 이른 사임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민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 당국자들이 12월 전당대회에서 정부 지도자 교체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의회 불신임투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포스트 메르켈 시대’로 향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WP는 “메르켈 총리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추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민족주의 스타일에 대한 균형추 구실을 해왔다”며 “느린 속도의 퇴장은 공허함을 남긴다”고 했다.

EU 내 혼란도 예상된다. 현 상황에서는 역내 정치를 아우를 지도자가 마땅치 않다고 WP는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각각 개혁 반발, 브렉시트(Brexit) 협상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빅토리 오르반 총리는 난민문제를 두고 EU와 번번이 충돌했다.

가디언은 “메르켈 총리는 꾸준함과 연속성의 상징이었다”며 “사실상 EU 지도자였던 그의 이탈은 대륙의 정치적 안정과 합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위험에 처해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양영경 기자/y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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