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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 감경사유 논란] “정신병과 심신미약 달라”…‘강서구 PC방 살인’ 감형 어려울 듯
법조계 “범행 당시 판단력 따져”
계획범행 등 가중처벌 가능성도


심신미약 감경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사례는 최근 벌어진 ‘PC방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피의자 김성수(29) 씨는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 씨는 22일 충남 공주의 치료감호소로 보내졌다. 약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씨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받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에서 심신미약을 인정받으려면 범행 당시 사리 분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정신감정 결과 김 씨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형 감경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 범행에 대한 인식이 있었었다면 심신미약을 인정받기 어렵다. 정신감정 외에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김 씨는 피해자 신모 씨와 말다툼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흉기를 준비했고, 이후 PC방 인근에서 기다리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신 씨를 급습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관계자는 “흉기를 챙겨 다시 돌아온 김 씨의 경우 계획살해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며 “또 범행 당시 치밀하게 행동했다고 판단되면 형량을 정할 때 정신감정 결과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학적 진단과 법률상 개념인 심신미약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의사가 낸 정신감정은 하나의 의견일 뿐 재판에선 질병이 범행을 저지르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 엄격하게 따져본다”고 말했다. 이어 “심신미약을 인정한 사례는 매우 예외적일 뿐더러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의학적으로 정신병력이 확인되더라도 감경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다.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주범 김모 양이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됐지만, 법원은 그 질병이 범행 당시 의사결정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유인했고, 범행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시신 일부를 절단했다는 점 등이 판단 근거였다.

반면 2016년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 김모 씨는 심신미약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옷에 묻은 피도 지우지 않은 채 범행 도구를 갖고 출근한 점 등을 고려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김 씨는 본래 정해진 형벌보다 무겁게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 씨는 신씨의 얼굴, 목 부위를 30차례 이상 흉기로 찔렀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잔혹한 범행수법’은 형량을 가중할 수 있는 요소다. 이 밖에 ‘계획적 살인 범행’도 형량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처럼 말다툼 등 시비 끝에 살인한 경우라면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은 징역 10년~16년이다. 가중요소들이 참작된다면 김 씨는 이보다 높은 1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전망이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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