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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 문제 안된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6월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이란 책이 있다. 역대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폈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활용도가 높은 자료다. 최근 다시 펼쳐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역대 집값이 오를 때마다 언론 문제가 거론됐다는 점이다. 책엔 ‘집값 상승심리를 부추기는 요인들’로 ‘부동산언론의 집값 중계방송’을 주요 원인으로 적시했다. “언론이 자고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씩 호가가 뛰는 아파트값을 스포츠경기 중계하듯 보도”해 “조바심 수요”를 유발한 게 집값이 뛴 원인이라는 것이다.

요즘 비슷한 논리로 집값 상승의 원인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도한 언론 보도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어쩌다 불똥이 한국감정원으로 튀었다.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주간 단위로 내놓는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이 언론의 과도한 집값 중계방송을 유도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발표하는 매주 목요일 오후 인터넷 포털엔 ‘서울 집값 상승폭 커졌다’, ‘ㅇ주째 오르는 서울 아파트값’, 혹은 반대로 ‘집값 상승폭 줄었다’, ‘상승세 반토막’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넘쳐난다.

사실 요즘처럼 실시간으로 부동산 기사를 쓰기 편한 때가 없다. 감정원이 매주 금요일 오전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올려놓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엔 단순히 최근 몇주간 집값 흐름 뿐 아니라 2012년 5월부터 현재까지 아파트값 변동률은 물론, 규모별, 연령별 가격 흐름, 수급거래 동향까지 확인할 수 있다.

민간업체인 국민은행과 부동산114도 매주 아파트 시황 자료를 만들어 발표한다. 국토연구원 같은 정부 정책기관에선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 결과를 매달 내놓으며, 국토교통부도 매달 부동산거래량, 분양시장 흐름, 땅값 동향 등에 대한 자료를 발표한다.

아예 실시간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이나 ‘경기도부동산포털’에선 실시간으로 시장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구별, 지자체별 거래량과 실거래가 등록 상황을 실시간 업데이트 되도록 시스템을 갖춰놓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이나 요즘 유행하는 각종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특정 아파트 단지의 시세 흐름, 매물 동향을 매순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언론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을 보도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업데이트 되는 각종 부동산 데이터가 넘치니 기자들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중계 저널리즘이 활기를 띠는 이유다.

실시간 부동산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감정원에게 주간 시황 자료를 발표하지 말고, 월간 자료만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건 넌센스다. 오히려 더 투명하게 신뢰할 만한 자료를 자주 많이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게 옳다. 설령 감정원이 주간 단위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고 해도 기자들은 필요하면 다른 민간업체들의 자료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정부나 관계 기관이 할 일은 간단하다. 누구든 사이트에 들어와 온갖 자료를 직접 다운로드 받아 판단할 수 있도록 관리하면 된다. 다른 민간 기관에 비해 합리적인 자료를 생산한다고 국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시장 정보는 보다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개돼야지, 소수만의 배타적 정보가 되어선 안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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