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그래픽=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주도한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다음 주 검찰에 출석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임 전 차장에게 15일 오전 9시30분 검찰에 나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대법원장의 비대한 권력을 비판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축소하도록 하고, 판사 성향을 분류해 일선 법관과 재판부 뒷조사를 시키는 등 법원행정처의 월권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대법원에 계류된 특정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하는 등 부적절한 문서를 작성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장급 인사들이 선호하는 핵심 보직으로, 사실상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한다.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일은 물론 각종 현안을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과 대법원장에게 보고하는 업무도 맡는다. 역대 대법관들 다수가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으로, 국회를 상대하던 판사가 대법관이 된다는 점에서 사법부 정치화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대법원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법원 자체 조사를 통해 행정처의 각종 월권 행위가 드러났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 전 차장의 진술 내용에 따라 ‘연결고리’가 맞춰질 수 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구속 만기 이전에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61·7기), 박병대(61·12기),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도 차례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5년 차장으로 부임했다. 양승태 사법부가 사활을 걸었던 ‘상고법원’ 입법 활동을 책임질 적임자로 평가받았지만,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을 추론할 수 있는 행정처 내부 문건 다수가 상고법원 입법 로비가 절정이던 2015년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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