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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디테일’ 보수작업…美·日의 안전사고 대처법‘타산지석’
서울, 대보수가 필요하다 ③
美, 1990~2000년 붕괴사고 잇따라
유지보수에 천문학적 예산 배정

日, 터널사고 후 본격 대책 마련
인력양성 등 시설물관리산업 육성


서울시내 노후 시설물로 인한 안전사고가 이어지며 서울시와 서울시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설물 노후화에 따른 문제를 겪은 적 있는 다른 나라 사례가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특히 먼저 도시화를 이룬 일본과 미국은 미래 서울이 노후 시설물로 당할 수 있는 일을 그대로 경험한 바 있어 더욱 주목된다.

1960년대 도시화를 이룬 일본은 지난 2012년 12월 사사고 터널사고를 계기로 노후 시설물에 대한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는 야마시현 오스키시와 고슈시를 잇는 터널 천정 콘크리트판이 내려앉아 9명이 사망한 사고다. 시설물 노후화가 원인으로, 1975년 만들어진 이 터널은 사고 발생 3개월 전 안전검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충격을 안겼다.

일본은 사고 직후 전국 단위로 노후 시설물 실태 조사부터 나섰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전국에 있는 교량 70만개(연장 2m 이상) 중 훼손ㆍ노후화로 통행이 제한된 교량만 2014개로 5년 전(977개)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된 지 50년이 넘은 수도도시고속도로의 노후화도 심각했다. 일본은 모두 정비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 ‘디테일’한 보수 작업을 고안했다.

무엇보다 각 현에서 학생들을 모아 보수연구회를 운영하는 등 전문인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시설물 유지관리산업에서 세계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필요한 곳에는 돈도 쏟아붓고 있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수도도시고속도로 5개 노선에 6663억엔(6조6582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1930년대 도시화를 이룩한 미국은 1990~2000년대에 노후 시설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를 마주했다.

미국에선 1989~2000년 사이 교량 붕괴사고만 503건 발생했다. 매주 한 번씩 교량이 무너진 셈이다. 이 때문에 다른 어떤 사업보다 시설물 유지보수 공사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유지보수비에 배정하고 있다.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던 예산은 2012년 175억달러에 돌파하며, 한화로 20조원 시대(19조5912억원)를 맞이하기도 했다.

서울시도 노후 시설물을 손 놓고 보고 있지만은 않다.

10일 시에 따르면, 시는 올 초부터 시내 노후 시설물에 대한 정밀 점검에 나서는 중이다. 또 유지보수 전략을 짜기 위해 오는 2020년 내 종합관리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시가 관리하는 노후 시설물 실태와 관리 정책, 중아정부에 대한 정책 제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유지보수 공사를 위한 예산 부족도 나름 대책을 세우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시설물 손상 초기 최적의 유지보수 시점을 판단, 공사 비용 절감을 유도하는 ‘노후 인프라 선제적 관리체계’를 최근 수립한 일이 대표적이다. 다만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일본, 미국 정도의 대대적 정비가 불투명하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조성일 대도시방재연구소장은 “지자체 차원이긴 하나, 이제라도 노후 시설물 정밀조사에 나선 점은 고무적”이라며 “다만 미국 수준의 자본력이 없는 만큼, 일본처럼 전문인력 양성 등 디테일에 신경써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일을 미루다가 유럽 등 몇몇 나라처럼 타이밍을 놓쳐 일부 시설물에 대한 보수공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생길까봐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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