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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임산부의 날①]“말로만 저출산 걱정”…‘맘충’ 취급에 임산부 ‘눈물’
-“맘충으로 보일까봐 겁나요 ” 눈치 보는 임산부
-“일부 반발심리서 비롯…상대방 대한 이해 필요”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임신 6개월차 김모(32) 씨는 출퇴근을 할 때마다 지하철을 타지만 노약자석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행여나 사나운 눈초리를 받을까 봐 걱정돼서다. 노약자석 창문엔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가 모두 앉아있을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노약자석이 노인뿐만 아니라 다른 교통약자를 위한 자리로 만들어졌지만 임신한 젊은 여성이 앉아 있으면 노인들이 눈치 줄 때가 있다”며 “임신한지 티가 나지 않았던 임신 초기엔 한 번 앉았다가 누가 뭐라고 한 적이 있어 그 이후론 노약자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이모(36) 씨는 얼마 전 첫째가 음료를 마시다 실수로 바닥에 쏟자 크게 화를 냈다. 배가 부른 탓에 바닥을 닦을 수도 없어 종업원이 뒤처리를 해야 했다. 아이가 실수를 한 것뿐이지만 가만히 있었다가 행여나 이를 목격한 주위 손님들이 ‘맘충’이라고 욕할까 봐 일부러 과도하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요즘 하도 맘충 논란이 많아서 혹시라도 그런 소리를 들을까 봐 밖에서 더 눈치보고 행동하게 된다”며 “게다가 배도 불러 있어서 주위의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양해를 구했다가 욕이라도 먹을까 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난을 받는 엄마들의 행동으로 이른바 ‘맘충’ 논란이 커지면서 주위의 배려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임산부들까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맘충’은 몰상식한 엄마들을 비하하는 속어로 일부 자신의 자녀만 이기적으로 챙기는 엄마들에 대한 혐오 표현의 일종이다. 그러나 맘충 논란으로 평범한 임산부마저 맘충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 도움이 필요해도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임산부가 사회적 약자나 배려의 대상이 아닌 ‘뻔뻔한 배려 요구자’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일명 ‘채선당 임산부 사건’ 이후 임산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졌다. 당시 한 임산부가 ‘채선당’ 음식점에서 종업원에게 배를 가격당했고 욕설까지 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맘카페에 게시해 음식점이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오히려 임산부가 들어주기 힘든 서비스를 요구하다가 종업원이 들어주지 않자 배를 가격하고 욕설을 했으며, 머리채를 잡았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분을 샀다.

이같은 현상은 임산부가 받는 혜택에 대해 반발하는 심리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맘충 논란 등은) 임산부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받는 혜택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지나친 반발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인 잣대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입장을 깊이 생각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산부들도 임산부를 위한 제도와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임산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손모(31) 씨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며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사회에선 ‘임산부는 양보와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몸이 무거운 기간 실제로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만큼 임산부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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