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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性추행 판결 ‘불신의 늪’ ①]여성도 남성도 ‘억울한 法판단’…그들이 거리에 나온 까닭
곰탕집 성추행 사건 당시 CCTV 캡처본. [유튜브 캡처]

-27일 ‘곰탕집 성추행 사건 사법부 규탄 집회’ 예정
-“오락가락 판결로 사법부 갈등만 초래” 비판
-여성단체는 6일 혜화역서 ‘편파판결 규탄’ 시위 예고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저는 미투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극우 세력도 아니고, 일베도 아닙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38) 씨는 오는 2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열리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 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동안 집회나 시위에 한번도 참여한 경험이 없다는 그는 “그만큼 답답해서 나간다”고 토로했다. 인터뷰에 앞서 김 씨는 자신이 평범한 남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 씨는 “여자친구가 집에 무사히 귀가하는지 걱정하고, 성추행 기사를 접하면 함께 분노하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라고 했다.

그가 거리에 나서는 이유는 몇 년 전 겪었던 억울했던 경험 때문이다. 김 씨는 대학교 3학년 가을 지하철을 타고 집에 귀가하던 중 성추행범으로 몰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경찰서에서 수 차례의 진술을 받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을 마셨지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고 모든 게 기억이 또렷하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술을 마셔서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고 추궁했다. 김 씨는 ”최근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보면서 억울했던 때가 떠오른다“면서 “차라리 CCTV라도 있었으면 했었다”고 털어놨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집회가 오는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다. 집회를 여는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이하 당당위)에 따르면 이번 집회 정식 명칭은 ‘사법부 유죄 추정 규탄 시위’다. 앞서 부산지법은 지난달 5일 음식점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재판부가 CCTV 증거를 무시하고 피해자의 진술만 받아들인 판결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성범죄에서 유죄를 추정하고 피해자의 말만 신뢰하는 재판부의 판결이 또 다른 피해자만 양산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당위 측은 사법부가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일관된 진술’만 있으면 ‘무죄추정’이라는 형사재판의 원칙을 어기고 ‘유죄를 추정’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낸다고 꼬집었다. 이날 아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40대 직장인인 최모 씨는 “안 그래도 미투운동 이후 늘 조심하는 편이다. 대중교통을 탈 때, 회식을 할 때 등 늘 긴장하면서 살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고 나를 성추행범으로 만들겠다고 작정하면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내가 일관되게 성추행을 부인해도 피해자의 편을 들 것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번 집회가 미투운동이나 페미니즘 운동에 저항하는 성대결 집회가 돼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여성 참석자는 “피해자 편드는 사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반(反)미투운동으로 봐선 안 된다. 그동안 무죄추정 원칙을 무시하고 고무줄 판결을 내려온 사법부에 대한 비판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별을 떠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오는 것이지, 성별로 싸울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몰카 범죄를 가해남성 중심으로 편파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오는 6일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제5차 시위를 예고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였던 1∼4차 시위와 달리, 이번 5차 시위 제목은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시위’로 정해졌다.

이 시위가 열린 계기이기도 한 ‘홍대 몰카 사건’의 가해 여성에게 불법촬영 범죄 초범으로는 다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던 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혐의에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점 등에 대해서도 비판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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