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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두현의 클래식에 미치다] “클래식은 미래 향한 음악”…흥얼거릴 정도 돼야 깊이 이해
“클래식은 같은 음악이더라도 연주자마다 표현하는게 다르다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어. 모두 똑같은 음악으로 들리는데...”

클래식 음악은 연주자의 스타일이나 해석에 따라 같은 음악이더라도 다양하게 변화한다. 한 음악을 가지고도 연주자마다 음악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애호가들을 미치게 만드는 클래식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편곡 없이 당시 악보 그대로 연주한다는 것이다. 다른 장르의 음악들이 악기 섹션이나 키를 바꿔가며 편곡되고 리메이크나 커버가 이루어지는 것하고는 다르다. 당연히 클래식에서도 편곡은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하나의 이벤트일 뿐 원곡자의 의도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클래식의 이런 독특한 관습은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멀게만 느껴지게 한다. 대중 가요처럼 편하게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듣고 싶지만, 공연장에서 나눠주는 프로그램에는 이해하기 힘든 해설로 가득하다. 미리 공부하고 듣겠다고 블로그나 카페에서 공연 프리뷰를 찾으면, ‘이번 내한하는 피아니스트는 베토벤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프랑스적인 성향은 러시아 음악을 변태적으로 만들지도 모른다.’등 알아듣지 못할 내용들이 있다. 사실 나에게는 다 똑같은 베토벤 교향곡으로 들리는데도, 그들은 별나라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사실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음악을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할 때 가능하다. 내 취향이다, 아니다 정도는 음악을 잘 몰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잘 모르는데 연주자의 해석을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지적인 소양을 과시하기 위한 어설픈 애호가들이 인터넷에 널렸다. 그리고 그들의 허세 가득한 글이 대중을 헷갈리게 만든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이라 할지라도 앙상블을 이룰 때는 의견충돌이 일어난다. 서로가 생각하는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고집 피우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해석의 음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완벽한 지휘자라 할지라도 오케스트라의 스타일에 따라 음악적 해석이 약간씩 변한다. 만약 어떤 평론가가 하나의 해석을 정답처럼 이야기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음, 글쎄올시다’를 말하고 싶다. 이른바 ‘정석’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명반의 연주도 사실 깊게 파고들면 악보의 많은 부분과 다르다. 결국 그 연주자의 연주에 가치가 있는 것이지, 어떤 해석에 정답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 급진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연주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그의 해석은 영화음악처럼 드라마틱하면서도 악상의 표현이 감각적인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해석을 벗어났지만 빠른 변화와 시각적인 미디어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감성과 잘 들어맞는다.

악기의 개량과 콘서트 홀의 변신, 서로 다른 시대의 연주자들. 결국 천태만상의 해석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고정적인 시각과 변화의 시각이 맞물리며 발전하는 것이 해석인 만큼, 클래식 초보자라면 다른 이들의 관점에 휘둘리기 보다는 본인의 취향과 시각으로 음악을 감상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이야기로 글을 맺는다. “클래식은 과거의 음악이 아닌 미래를 향하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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