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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촌역 명당 ‘삐에로 쇼핑’ 꿰찰까
27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그랜드마트 신촌점. 내부에는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폐점 그랜드마트 자리 새주인 누굴까 촉각
이마트 “본격 논의 시작할 것” 입점 검토
2030고객 접근성 높고 ‘부츠’와 시너지 기대


27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그랜드마트 신촌점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하 3층부터 지하1층까지 북적거리던 매장은 공터 마냥 텅 비어있었다. 물건이 꽉 들어차있던 매대는 휑했고, 낡은 카트가 매장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저녁을 앞두고 장을 보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 오후 4시였지만, 매장 직원들이 철거하는 소리 외에는 적막했다.

20여 년간 서울 신촌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던 그랜드마트 신촌점은 지난 23일 영업을 종료했다. 1998년 오픈한 이후 신촌역 앞 명당자리를 지키며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지만 매년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손실이 누적되면서 폐점하게 됐다. 이날 인근 주민과 상인들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995년부터 신촌역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해온 이숙현(58ㆍ여) 씨는 “몇년 전부터 신촌 상권이 쇠락하면서 빈 상가들이 늘어났다”며 “그랜드마트도 비싼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폐점한 것 같다”고 했다. 9년 동안 신촌에 거주하는 채모(28) 씨도 “신촌 맥도날드에 이어 그랜드마트까지 문을 닫는다니 매우 아쉽다”며 “연세대, 서강대 학생들이 엠티(MT) 장을 보러가는 상징적인 장소였는데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27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그랜드마트 신촌점. 내부에는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한편 그랜드마트가 떠나간 자리에는 이마트의 ‘삐에로쇼핑’이 입점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그랜드마트 자리에 삐에로쇼핑 입점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남, 동대문 등 대형 상권에 매장을 오픈하며 입지를 다져온 삐에로쇼핑이 이번 신규 매장을 오픈할 경우 신촌 핵심 상권에도 진출하게 되는 셈이다.

연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의 중심에 위치한 신촌 그랜드마트는 신촌을 찾는 젊은 층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하철 신촌역 유동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대학가와 학원가의 영향으로 20대와 30대의 접근성도 높다. 이는 삐에로쇼핑이 타깃으로 하는 젊은 고객층과도 맞아 떨어진다. ‘재미’와 ‘가성비’를 내세운 삐에로쇼핑의 방문 고객 비율은 20~30대가 50% 이상으로 절반이 넘는다.

도보로 200m 거리에 위치한 부츠 신촌점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마트는 지난 6월 ‘목 좋은’ 자리로 꼽히던 신촌역 3번 출구 앞 옛 맥도날드 자리에 부츠 신촌점을 오픈한 바 있다. 인근에 삐에로쇼핑을 열 경우 신촌 상권에서 이마트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유통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랜드마트 건물 지상 1층부터 6층까지는 제조ㆍ직매형 의류(SPA) 매장과 이랜드 외식 브랜드가 들어선 이랜드 복합관으로, 삐에로쇼핑과 품목이 겹치지 않는다. ‘B급 감성’의 만물상을 콘셉트로 하는 삐에로쇼핑은 맞은편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신촌점과 비교했을 때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잡화 전문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랜드마트가 빠진 자리는 어느 유통업체든 눈독을 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입지”라며 “수년간 홍대 상권에 눌려 위축된 신촌 상권도 서서히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는만큼 삐에로쇼핑이 입점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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