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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파티션 없앤 사무실 ‘스트레스↑’…“열린 조직? 종일 감시당하는 기분”
[사진=123RF]

-“꽉 막힌 문화…구조만 바꾸면 뭐하나”
-2030 10명 중 8~9명 ‘나만의 공간’ 선호
-개방형에 심리적 압박감 등 부작용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창의적이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든다며 도입한 ‘개방형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온 종일 감시당하는 것 같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무실 구조는 바뀌었지만 꽉 막힌 소통체계는 그대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들은 개방형 사무실에선 모든 행동이 타인의 시야에 공개돼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한다.

국내 IT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임모(29) 씨 역시 종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피로감을 호소했다. 임 씨는 “잠깐 휴식할 겸 자리에서 뒤척이다가도 상사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모니터만 쳐다보는 경직된 자세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 문화를 만든다고 공간을 오픈시켜놨지만 오히려 주변 눈치를 더 보면서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호소했다.

직장인들은 그러나 사무실 구조만 바꿔서는 답답한 조직문화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개방형 사무실 구조를 도입하면서도 조직사회의 위계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조모(27) 씨는 “평사원 공간만 열린 사무실로 통합시키고 관리자급 자리는 여전히 파티션으로 가려뒀다”며 “나에겐 상사가 보이지 않지만 상사는 사원들을 훤히 볼 수 있는 구조라 판옵티콘(죄수를 사방으로 감시하는 원형감옥)이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비효율적인 소통구조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개방된 업무공간은 혼놀, 혼밥 개인주의 풍토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인공간’을 필요로 하는 젊은층의 성향과도 맞지 않는다. 다양한 활동을 혼자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의 시선과 외부의 방해로부터 벗어난 자신만의 공간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소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10명 중 8명(78.8%)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90%, 30대 81.2%, 40대 72%, 50대 72%가 이같이 응답해 젊은 층일수록 혼자만의 공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업무공간이 개방적이냐 아니냐 보다 ‘자율성이 직원들에게 주어지느냐’가 수평적 조직문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경영 전문가 데이비드 버커스 교수는 저서 ‘경영의 이동’에서 마음대로 책상 배치를 바꿀 수 있거나 업무공간을 원하는 곳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 여부가 열린 조직을 만드는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구글의 창의성은 단지 사무실 구조만 벤치마킹해서는 따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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