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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피해자는 어디로?①]한국에서 범죄 피해당해도…지원은 100명 중 7명뿐
-지원 사각지대에 홍보 부족까지…실제 지원은 한 해 40여 명
-마땅한 규정 없어 찾아간 센터 따라 지원 여부 갈리기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성동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인 A(36) 씨는 지난해 밤길을 걷던 도중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퇴근 후 인근 편의점을 향하던 A 씨는 길에서 마주 오던 취객이 다리를 걷어차며 넘어졌고, 도로 위 연석에 얼굴을 부딪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A 씨는 취객이 사라진 뒤에야 이를 다친 것을 확인했다. 한국에 온 지 2년도 넘었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었던 A 씨는 뒤늦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공부방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A 씨가 사건 한달이 넘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곳에서 사라져버린 취객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문의를 했던 인근 지구대 경찰관도 CCTV를 찾아봤지만,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결국, 주변 구호단체에서 도움을 주며 A 씨는 치료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A 씨는 “한국에 일하러 온 사람 중에는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말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정당하게 체류하고 있는 경우라도 의사소통과 대처방법을 제대로 몰라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작성한 ‘외국인 범죄피해자 지원 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피해를 접수한 외국인 범죄피해자는 7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97명이 피해를 등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20명 줄어든 수치다. 그마저도 대부분 전화문의에 그쳤고, 실제 지원을 받은 경우는 47명에 불과하다.

국내 범죄피해자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극명하다. 지난 2016년 센터에 접수된 전체 범죄피해자는 1만1385명으로 이중 외국인 피해자는 전체의 0.7% 정도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전체 거주자 중 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지원 내용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동안 실제 지원을 받은 피해자 87명 중 검찰청 심의위원회를 거쳐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지원을 받은 경우는 단지 8명(9%)에 불과했다. 특히 가해자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국내에서 범죄 피해를 받았어도 관련 규정이 없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 센터에 피해를 접수하고도 가해자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범죄피해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가 2년 동안 3건 발생했다.

범죄 피해지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지자체나 시민단체에서 지원금을 대납하는 사례도 많다. 일부 피해자지원센터에서는 피해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체류자에 대해 지자체 복지기금 등을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규정이 없어 이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 지자체 복지담당 관계자는 “최근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해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소정의 장례비 등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면서도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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