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설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개원준비단장(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은 “환자의 마음까지 살피는 환자 중심 진료가 이뤄지는 암병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 단장은 다음달 1일 후마니타스암병원장에 취임한다. [제공=경희의료원] |
내달 5일 개원… ‘암을 넘어선 삶’ 목표
입원보다 외래진료·단기입원 중심 운영
면역제제 개발위해 제넥신과 업무협약
가족 치유 프로그램 전문클리닉 운영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이 다음달 5일 공식 개원,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한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2016년 9월 착공, 2년여 간 공사를 거쳤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전면 좌측에 들어서는 후마니타스암병원은 지하 2층ㆍ지상 7층 규모의 건물로 설립됐다. ‘암을 넘어선 삶(Life Beyond Cancer)’을 목표로 환자별 맞춤 정밀 의학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환자의 정서적ㆍ사회적 관계 회복까지 책임진다는 것이 설립 목표다.
최근 만난 정상설 후마니타스암병원 개원준비단장(경희대병원 유방외과 교수)은 “ ‘인문주의’를 뜻하는 ‘후마니타스’라는 이름에 동감해 이 병원과 함께하게 됐다”며 “환자가 억지로 오는 병원이 아닌, 가고 싶어 하는 병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단장은 유방암 분야 전문가로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유방센터장 등을 지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유방암 환우회를 설립해 환자들을 돕는 ‘핑크리본 캠페인’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등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다음달 1일자로 후마니타스병원장에 취임, 경영을 맡을 예정이다. 다음은 정 단장과 일문일답.
-주요 종합병원마다 암센터ㆍ암병원을 설립하고 있다. 다른 암센터ㆍ암병원과 차별화된 점은.
▶후마니타스(Humanitas)는 라틴어로 ‘인간다움’을 의미한다. 경희대는 국내 최초로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 교양교육 과정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후마니타스’를 병원에 접목, 암병원의 명칭으로 정한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가장 큰 질병은 암이기 때문이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새로운 암 치료 패러다임의 선도를 목표로 삼았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이 내세우는 내용 암 면역 치료, 장내 미생물 연구 등이 눈에 띈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의 연구방향은 암 면역 치료와 암 면역제제 개발이다. 이를 가속시키기 위해 경희의료원은 치료백신 개발 전문업체인 제넥신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두 기관은 암 임상 연구, 의약품 연구ㆍ개발, 인적교류 등 면역 항암제 지표 개발에 집중한다. 본격적 연구는 경희의과학연구원의 암면역모니터링연구소에서 진행된다. 암 환자의 면역 치료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면역 부문에 강점을 둔 한방 분야도 제넥신과 함께 공동 임상 연구해 효과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약제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암 면역 치료ㆍ면역 제제, 장내 미생물 연구는 경희대한방병원의 역할이다. 후마니타스암병원 3층에는 한의면역센터가 개설될 예정이다. 그곳에서 암 면역 증강 관련 임상과 연구가 이뤄진다.
-입원 중심의 다른 암센터ㆍ암병원과 달리 외래 진료 보다 역점을 기울인다고 들었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암 환자에게 시급한 외래 진료ㆍ단기 입원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수술 치료는 본원의 장비와 시설을 활용한다. 차별화 전략은 신환센터(1층) 운영이 핵심이다. ‘환자 동선 제로’를 목표로 운영된다. 환자가 신환센터를 방문하면 검사를 제외한 진료ㆍ치료 계획 등 종합 의료 서비스가 장소 이동 없이 모두 제공된다.
-경희의료원의 강점은 의학ㆍ치의학ㆍ한의학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다. 이를 포괄한 다학제 치료 방안이 있다면.
▶후마니타스암병원 다분야 협진 치료는 의ㆍ치ㆍ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 의대병원 의료진은 암 환자의 수술과 항암ㆍ방사선 치료 등 직접인 치료를 맡는다. 한방병원 의료진은 암병원 공간 내 구성된 한의면역센터를 중심으로 면역 강화에 초점을 둔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암 환자의 약 40% 정도에서 나타나는 구강 합병증 치료는 치과병원 의료진이 담당한다. 일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치료 전 구강 검진ㆍ치료는 합병증과 사망률을 낮춘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에 치과병원 의료진은 암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정기적인 구강 검진과 함께 합병증을 관리할 예정이다.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과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맞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환자가 주인이자, 치료를 포괄하는 치유의 개념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암 치료는 의사 중심의 치료에만 국한돼 왔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의학적 치료만 강조하지 않는다. 암 스트레스 클리닉, 암 재활 클리닉, 치유 프로그램, 영양 교육 등 모든 과정을 치료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의 향후 비전과 발전 방향은.
▶후마니타스암병원은 ‘넘버 원’보다 ‘온리 원’을 추구한다. 암 치료의 의학ㆍ치의학ㆍ한의학 협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길이지만, 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 과감히 첫발을 내딛어 보겠다. 진료 위주의 기존 병원을 뛰어넘어 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