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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인화 안 된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속내는 ‘승진 잔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광장에서 농성하는 모습.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서울교통공사 노조, DTO는 무인운행 전단계 “절대 안된다”
-사측 “18년이상 근속자 3810명 무조건 4급 승진 요구” 주장


[헤럴드경제=이진용ㆍ이원율 기자]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사장 퇴진을 요구하던 공사 노동조합의 시청 입구 무단점거는 끝났지만 단식농성은 계속되는 등 갈등의 봉합점은 보이지 않는다. 노조 측은 열차 전자동운전(DTO) 시범운행 반대를 농성 명분으로 내놓았다. 사측은 실제로는 “무리한 ‘승진 잔치’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맞서는 중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을 직접 찾은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시청 입구 무단점거를 사흘만에 중단했다. 박 시장이 윤병범 노조위원장을 만나 건넨 “조속히 해결되도록 관심을 갖겠다”는 말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11일부터 시청 일대에서 진행중인 농성은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날 기준 99일째로, 윤 위원장은 지난 8월20일부터 29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노조 측은 공사가 올해 6월부터 지하철 8호선에서 시범운영중인 DTO의 중단을 앞세운다. 이는 기관사의 수동 조작없이 전동차의 출발ㆍ정지, 출입문 개폐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지능형 폐쇄회로(CC)TV가 역사를 관리하는 ‘스마트 스테이션’ 추진사업도 문제 삼는다. 무인 시스템 확대가 일자리 감소와 안전사고 증가를 낳는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는 명분일 뿐 실상은 장기근속자 3810명에 대한 특별승진 요구의 목소리가 높은 농성이란 주장이다. 무리한 요구라 받지 않으니 김태호 공사 사장에 이어 이젠 박원순 시장까지 압박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노조 측은 연일 이어지고 있는 노사 회의과정에서 무인 시스템 도입 중단은 명분일뿐 실제는 2000년도 이전 입사자 전원을 4급으로 승진시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면 4급이 6000명이 넘는 상황에서 1년안에 1만명을 넘게 된다”며 “전체직원 1만7000명중 4급이상이 1만명을 넘게돼 사실상 조직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노조의 안을 보면 장기근속자 특별승진은 이미 노사 합의가 된 사항으로 이행만 하면 된다. 하지만 노사 대표가 관련 합의서에 서명한 일이 없고, 관련 내용은 양공사 통합 전인 옛 서울메트로 노사 실무자 간 회의록 형식으로만 나온 말이라는 것이 사측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 주장에 따르면 공사 5급 직원 4950명 중 76.9%를 근무 평가와는 상관없이 오직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만 승진시켜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며 “조직 갈등 등 부작용이 크며, 공사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무인 시스템도 날조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DTO는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기관사 1명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무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무인시스템이라고 칭하는 사업은 역사 내 안전시설을 보강하는 운영 개선사업이며, 이런 시스템을 확보해야 기관사 업무가 완화되고 해외시장 진출 때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고위관계자는 “실제 국내 신분당선을 비롯 경전철까지 무인운행을 하고 있으나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무인운행을 할 계획은 전혀없다며 단지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인운행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을 전자동운전을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회사관계자는 “1996년 8호선 구축당시 윤병범 현 노조위원장이 5급 실무책임자로 신규차량의 전자동운전(DTO)에 관해 모두 이상없다고 사인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위원장이 된 뒤 상황에도 맞지 않는 무인운행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는 협의를 지속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양 측 모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상황이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교통공사의 노사 갈등은 공사 통합 노조가 출범한 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운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서울시가 적극 추진한 양공사 통합 취지가 옅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시가 사안을 면밀히 파악해 중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협의가 잘못 이행될시 시민 혈세만 낭비될 수 있어서다.

공사는 지난해 5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이다. 현재 농성을 주도중인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서울지하철노조(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노조의 통합으로 조합원만 1만1700명인 매머드 급이다.

서울시도 골치아픈 상황이다. 서울시 산하기관 최대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를 통합해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도출해 내야 하는 상황에 ‘근무평가 없이 사상최대 승진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박원순 시장은 “웬만해선 조속히 해결될 줄 알았다”며 “최근에도 사 측에 (문제의) 빠른 해결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사 모두 절반씩 양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마지막 차원까지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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