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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 좀 없애주세요”…여자는 음식, 남자는 지출에 ‘한숨’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사람들이 벌써부터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DB]

열흘 앞으로 다가온 추석 스트레스
女 “재료구입부터 끝도없는 부엌일”
男 “양가 부모님 용돈·선물” 부담
53% “출근하고 싶었던 적 있다”


첫째 며느리인 전업주부 한모(55) 씨는 추석을 앞두고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몇 년 전 제사를 물려받은 이후 제사 준비는 온전히 한 씨의 몫이 됐다. 차례상은 물론, 역귀성하시는 시부모님의 밥상을 준비하기 위해 이미 일부 요리 재료는 주문해놓았다. 다음주엔 식구들에게 대접할 김치도 담글 예정이다.

한 씨는 “차례상이라고 하면 보통 전만 굽고 과일만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입맛 까다로우신 시부모님을 위해선 좋은 재료를 구해두고 밑반찬도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며 “명절만 다가오면 챙겨야 할게 많아져 정신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제사 및 차례상 준비에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을 위해 대량으로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재료 구입부터 음식 준비까지 할 일이 태산이 된다.

남성들의 명절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부엌일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명절 연휴에 발생하는 지출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공무원 이모(61) 씨는 “양쪽 부모님과 조카들의 용돈을 챙겨주고, 주변 사람들의 연휴 선물까지 준비해야 하니 명절만 되면 지출해야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라며 “안그래도 얄팍한 지갑이 명절 땐 더 얇아진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같은 명절 스트레스는 설문조사로도 나타난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최근 직장인 7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3.1%가 ‘명절 연휴 출근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47.3%, 여성은 56.4%로 여성 직장인의 명절 연휴 출근 선호도가 더 높았다. 결혼 여부별로는 기혼자(53.5%)가 미혼자(51.4%)보다 더 높았다.

명절 연휴 출근을 원하는 이유로는 ‘명절 음식 등 집안일 스트레스 때문에(32.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명절 지출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29.1%)와 ‘명절 가족 모임의 부담감 때문에’(26.7%)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성별에 따라 순위는 달랐다. 남성은 ‘명절 지출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32.9%)를 가장 큰 이유로 든 반면 여성은 ‘명절 음식 등 집안일 스트레스 때문에’(41.7%)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남녀에 따라 다른 의무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명절 스트레스는 기혼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혼자의 경우 명절 때마다 듣는 결혼, 출산, 취업, 학업성적 등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인 정모(33ㆍ여) 씨는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 가기만 하면 모두 내게 ‘만나는 사람이 있냐’, ‘언제 시집 갈거냐’의 지겨운 질문이 이어져 귀찮고 부담스럽다”며 “어르신들이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가족이 모였을 때만큼은 서로 웃을 수 있는 이야기만 나눠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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