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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먼브라더스 붕괴 10년 ②] 글로벌 금융위기, 결국 빚으로 해결했다
선진국 비가계 대출증가
자본시장 통해 기업으로
韓·加·호주 등 ‘무풍지대’
가계부채 급증→집값 급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빚’의 위기였다. 그런데 빚의 위기를 극복한 것도 역시 ‘빚’ 이이었다.

미국의 양적완화(QE)는 엄청난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다. 늘어난 달러는 빚으로 바뀌어 투자은행(IB)들에 의해 기업들로 흘러갔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맥킨지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세계 2000년 64조달러(GDP 대비 198%)이던 부채는 2017년 상반기 169조원(236%)로 불어난다. 이 같은 부채 증가에는 3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 금융위기 진앙지인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줄어든 반면 호주, 노르웨이, 캐나다. 한국, 스웨덴 등 금융위기 무풍지대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후자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집값 급상승이 나타났다. 신흥국도 주로 후자에 속했다.

다음으로 금융권 대출보다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공급이 늘었다. 2007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비금융회사채 발행액 연평균복합(CAGR) 증가율을 보면 미국 7.8%. 서유럽 8.6%, 중국 39.9%, 신흥국 14%. 기타 선진국 7.9%다. 세계평균은 10.5%다. 신흥국 수치가 높은 것은 유독 ‘그림자 금융’이 발달한 중국 탓이다. 선진국들에서는 사모펀드(PEF)와 헤지펀드 등의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미국에서는 비우량등급의 회사채가 인기 투자상품으로 부상할 정도였다.

끝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낮아졌다. 금융위기 직전 15%까지 치솟았던 선진국 은행의 자기자본수익율(ROE)는 5% 안팎으로 떨어졌다. 주당순자산비율(PER)도 1.5배에서 1배 남짓으로 하락했다. 신흥국 은행들은 이 수치가 20%에서 13%대로, 2배에서 1배 이하로 내려갔다. 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만큼 수익성이 약화된 까닭이다. 예전처럼 대출이나 대출관련 금융상품으로 큰 돈을 벌수 없어서다. 다만 신흥국은 좀 더 적극적인 대출이 이뤄져 내리막의 기울기가 상대적으로 덜 가팔랐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3가지 모두 선진국 추세와 차이가 컸다. 가계부채만 더 늘었고, 비금융회사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은 크게 늘지 않았다. 오히려 은행들의 대출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수익성만 더 좋아졌다.

김용기 아주대 교수는 “가계대출을 통해 은행들의 수익은 높아졌지만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 기능은 현격하게 떨어졌다”면서 “기업은 남의 돈까지 빌려와야만 재빨리 생산량을 늘리고 투자와 고용도 확대할 수 있는데, 자기자본을 통해서만 이를 하다보면 안정적이고 축소지향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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