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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장진영 KOTRA 뭄바이 무역관 차장] 인도의 재발견, 상상력이 필요할 때
인도에서 살다보면 때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속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초고층 빌딩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소를 지나쳐 미로처럼 얽혀있는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채소가게에서 큐알코드로 값을 지불하고 아이폰으로 우버를 불러 타고 가는 인도인의 모습을 보면 ‘미래는 이미 도착해있으나 다만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 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현재의 인도가 시공간이 뒤틀어져버린 4차원의 블랙홀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하지만 이러한 특징 때문에 역발상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는 상상력에 따라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일상 생활에서 열쇠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지만 인도에서 열쇠 보관용 지갑은 아직 필수품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디지털 도어락은 대도시 5성급 호텔 말고는 일반가정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확산이 더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집주인 대신 집을 지키는 메이드가 쉽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점을 고려해 첨단 디지털 제품에 익숙치 않은 사람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쇠를 큼지막하게 만들어 메이드 전용 열쇠가 포함된 패키지로 구성한다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노인 케어를 위한 인력확보가 어려워 간호 로봇을 개발한다지만 세계 3위의 13억 인구 대국 인도는 여전히 사람 손을 빌리는 게 더 쉽다.

따라서 구미선진국의 일반 가정에서 필수품처럼 사용하는 무선청소기, 식기세척기와 같은 가전은 인도 가정집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상류층의 안방마님은 이러한 제품을 직접 사용할 일이 없고 가정부가 쓰기에는 너무 고가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고유한 문화와 관습적인 특징을 잘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중소기업이라 해서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꿈속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인디안 식당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난과 카레요리가 인도인이면 누구나 매일 즐겨먹는 주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남부 지역의 인도인 가정에서는 쌀을 즐겨 먹는다. 때문에 집집마다 압력밥솥이 하나씩 있는 경우가 많고, 끼니마다 쌀이 없으면 힘들어하는 인도인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해외 여행을 갈 때 밥솥을 들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수요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인도식 맛살라 햇반을 출시해보면 어떨까? 인도식 스팀 라이스까지는 어렵더라도 인도 전통 쌀요리를 응용한 ‘비리야니 햇반’은 어쩌면 인도 국민식품으로 크게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향을 제대로 가늠하기도 어려운 시절이다. 어제의 정답을 하루 아침에 오답으로 만드는 격변의 시기에 인도 시장을 다시 한번 주목해볼 타이밍이다.

16세기 대항해 시대 유럽인들은 아시아를 우회하는 인도항로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그들만의 번영을 누렸지만, 우리는 상상력을 통해 21세기 인도를 재발견하고 다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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