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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 24시간 누군가 곁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것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장애인 보호시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저녁이면 문을 닫는 곳과 24시간 운영되는 곳. 주간보호시설과 ‘단기보호시설’이다. 주간보호시설은 보통 오후 5시가 되면 보호자들이 장애인을 데리고 가야한다. 어린이집처럼.

하지만 단기보호시설에선 입소한 장애인들이 365일 24시간 그곳에서 먹고 자는 경우가 많다(주말마다 가정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365일 시설에 있는 경우도 있다).

꿈더하기 협동조합


“그럼 보호자가 없나요?”

있다. 보호자가 없는 무연고자들을 위한 시설은 따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보호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뇌병변, 발달장애 등의 경우엔 하루종일 붙어있어야 하는데 보호자들이 맞벌이를 해야하거나 지방에서 근무해야하는 경우, 이 모든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단기보호시설은 절실하다.

역시나 절실한 그 시설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 시내 단기보호시설은 총 41곳, 입소 가능한 인원이 500명 가량이다. 심지어 중구, 성동구, 성북구, 양천구, 영등포구, 관악구엔 단기보호시설이 한 곳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마다 하나씩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없는 곳도 있다”며 “강서구와 강북구 쪽에 많이 몰려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사는 지체장애인은 18만5424명, 뇌병변 장애인은 4만2287명이다. 서울시에 사는 전체 장애인은 39만1753명으로 ‘40만명’에 이른다. 41곳과 40만 명의 간격은 얼마나 떨어져있을까.

전국 단위로 보면 어떨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 따르면 단기보호시설의 경우 현재 전국에 147개소가 설치돼 운영중에 있다. 협회 관계자는 “단기보호시설은 장애인이 있는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완화 할수 있는 일시돌봄, 수시돌봄등 좋은 기능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가 증가되지 않고 있다”며 “단기보호시설이 지방이양사업으로 정책은 중앙정부가 마련하고 예산지원은 지방정부 예산으로 이원화돼 있기 때문인데, 이에 서울과 경기에 50%가 집중돼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돈 많은 지자체에선 지원할 여력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선 단기보호시설을 뒷받침할 예산이 언제나 충분치 않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단기보호시설 현황


실제 서울시의 경우 대부분의 단기보호시설이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주로 종교단체들이 단기보호시설을 운영하는데 서류를 구비한 뒤 자치구에 운영 신고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서울시엔 총 39개의 단기보호시설이 인건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마저도 자체적인 수입이 없다시피하고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시설과 인력에 전폭적인 관심이 없다보니 시설 자체와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이 항상 부족하다. 한 단기보호시설 관계자는 “단기 소규모 시설은 항상 부족하고 적죠. 직원들이 24시간 상주해야 하기도 하고 발달장애인들 같은 경우엔 워낙 움직임도 크고 에너지도 세서 복지사들도 힘들어하죠”라고 말했다.

충분치 않은 예산 때문에 인력은 항상 부족하다. 가령 단기보호시설은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거주시설로서 하루 세 끼를 담당할 조리원이 필요하지만 전국 147곳의 시설 중 42.8%에 해당되는 63개소만 조리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돌봄서비스 전담 직원이나 다른 직종의 직원이 조리, 배식 등 영양급식업무 겸직하고 있는 상태다.

24시간 운영되는 단기보호시설들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단기보호시설 자격을 포기하는 시설들도 나온다. 24시간 운영이 힘들어 밤엔 문을 닫는 주간보호시설로 변경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단기보호시설로 집계하는 한 곳을 확인해보니 이미 예전에 주간보호시설로 돌아섰다. 이 곳 관계자는 “예전엔 단기보호시설로 운영됐었는데 아무래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죠. 밤에 사람 쓰는 것도 일이고요. 그래서 당시 입소자들 입소기간 마치고 바로 주간보호시설로 바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관계자는 “국고예산을 확대해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정부 정책의 통일성과 정책의 합일성이 필요하다”며 “몇 명 안되는 인력이 서비스, 돌봄, 영양급식, 위생, 안전 등 모든 업무를 겸직하는 문제가 해소돼 장애인단기보호시설의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운영이 안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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