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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성추행 고발부터 송도 불법주차 항의까지…’저항의 아이콘’된 포스트잇
[연합뉴스]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시작된 포스트잇 문화
-추모ㆍ고발 물결…다양한 의견 모아서 확장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에 난데없이 포스트잇 부착 시위가 벌어졌다.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막아버린 차량으로 제대로 주차를 할 수 없어 화가 난 주민들이 포스트잇으로 단체 시위를 벌인 것.

이번 사태는 차주인 A(51ㆍ여)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불법주차한 자신의 차에 경고 스티커를 붙인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차량으로 막아버린 뒤 사라져 발생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분리수거장의 폐식용유 통에 있던 식용유를 바닥에 붓고 A 씨의 차에 로프를 연결해 인근 인도로 옮겼다. 이어 차량을 쉽게 빼가지 못하도록 앞뒤로 다른 차량까지 주차해놓은 뒤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됩시다’, ‘불법주차 안하무인 감사합니다’, ‘갑질 운전자’ 등 비난성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A씨는 절대 사과 못한다며 차에서 골프백만 빼가는 등 주민들과의 갈등을 이어갔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생중계 되다시피 할 만큼 많은 논란과 관심을 끌어냈다. 결국 A 씨는 대리인을 통해 30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작은 메모지에 불과했던 포스트잇이 집단적인 항의나 저항의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폭력성은 배제되고 개개인의 메시지를 담아 큰 목소리를 만들면서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도 불법주차 사건과 같이 시민들이 포스트잇으로 집단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트잇 문화는 지난 2016년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시작됐다. 조현병 환자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된 20대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강남역 입구에 포스트잇으로 추모 문화를 만들었다. 이어 같은 달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청년을 추모할 때도 포스트잇이 붙여졌다.

그러나 올해 초 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포스트잇은 저항과 고발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지난 4월 서울 노원구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선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교사 2명을 고발하기 위해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WITH YOU. WE CAN DO ANYTHING. ME♡ TOO”라는 문구를 만들었다. 지난 6월엔 이화여대, 연세대 등 대학 곳곳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교수들을 비판하는 포스트잇이 교수들의 연구실 문을 덮기도 했다.

과거 집단적인 저항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대학가에서 대자보를 붙였다면 이제는 개개인의 목소리를 모아 집단적인 목소리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포스트잇 문화 특성상 가지각색의 목소리를 담기 때문에 한 목소리만 내던 대자보보다 의견이 훨씬 다양해지고 영향력 커졌다는 분석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포스트잇이 젊은층의 필수품이 되면서 가장 손쉽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며 “비록 작은 종이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이 이를 서로 이어붙이면서 대자보 등 그 무엇보다 큰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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